어떤 질병은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어떤 질병은 유전적인 요소에 의해 발병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유전에 의해서 결정지어지는 질병들이 과거에 비해서 조금씩 발견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병의 원인을 파악하면 이를 예방 및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60세 중반의 남성 임모씨는 3년전 심한 피로감과 구토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를 통해서 임씨는 자신의 신장이 더 이상 피를 정상적으로 거를 수 없기 때문에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또 정밀검사상 신장에 물혹들이 많이 생기는 질환인 다낭성 신질환(polycystic kidney disease)을 가지고 있고 자녀들에게 유전될 수도 있다는 말을 의사로 부터 들었다. 이때부터 임씨는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임씨의 딸인 40대 초반의 박씨는 최근에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조기 검진 목적으로 신장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자신도 신장에 물혹이 많이 생기는 다낭성 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주치의로 부터 들었다. 박씨는 아버지가 신장 질환으로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다낭성 신질환이란 신장에 여러 물혹들이 자라면서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방해하는 질병을 말한다. 주로 우성으로 유전되는 경우가 더 흔한데 약 400~1,000명중 한명 꼴로 꽤 흔한 질환이다.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신부전인데 중년이후에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 통계에 따르면 40세 이하에서는 2%미만에서 신부전을 가져오지만 70세 이후에서는 50~75%에서 혈액 투석이 필요한 신부전증을 유발한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신부전증이 올 가능성이 많은가? 첫째로는 다낭성 신질환이 진단된 나이가 어릴수록 신부전의 위험이 높고, 둘째로, 남성에게서 그 진행이 빠르며, 셋째, PKD1형이 PKD2형 보다 예후가 나쁘다.다.)
다낭성 신질환의 증상으로는 고혈압, 잦은 신장감염, 혈뇨, 요도 계통에 돌이 생길 수 있고 옆구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10%에서는 뇌 동맥류가 나타날 수 있는데 다낭성 신질환의 진단을 받은 환자가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뇌혈관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낭종은 간에도 생길수 있고 심장 밸브나 대장에도 혹이 생길수 있다. 따라서 다낭성 신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초음파등의 검사를 통해서 물혹이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의 목표는 신부전증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다낭성 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고혈압이 생기면 약물치료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혈압조절이 신장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어 줄 뿐 아니라 뇌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213)383-9388

이영직 <내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