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복음교회(evangelical church)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가 중대사에는 나름대로 입장을 표명한다. 규모도 상당하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들은 서로에게 우려 섞인 말을 한다. 틴에이저 신자들의 이탈 현상이 그것이다. 장래 교회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교회를 빠져나가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교회 지도자들이 대책을 마련했다. 전국 44개 도시에서 목사 6,000여명이 소위 리더십 집회에 참석했다.
국가 중대사에 강력한 영향력 행사 복음교회
정작 장래 교회 대들보인 청소년들 계속 감소
“틴에이저 이대로 성인되면 4%만 신자” 전망
결손가정·냉소주의·인터넷·힙합·MTV 등 주요인
교회, 내년 5월까지 전국순회 선교음악회 개시
보수주의 복음운동에서 내로라 하는 교회 지도자들에게서 청소년 신자 이탈 현상에 대해 경고성 발언이 쏟아졌다. 만일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청소년 가운데 4% 정도만이 성인 돼 복음교회 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35%가 복음교회 신자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이다. 그 이전인 2차 대전 세대의 경우 65%가 신자다.
이러한 통계 치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측도 있지만 아무튼 교회가 느끼는 우려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번 리더십 모임을 주관했으며 틴 마니아(Teen Mania) 창립자이면서 청년목회에 전념해 온 론 루스(45)는 “안간힘을 쓰지만 틴에이저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복음주의 전국연합회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는 현상에 대해 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이렇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교회와 종교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퍼지고 있다.” “MTV, 힙합, 인터넷, 랩, 록뮤직 등이 범람해 청소년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혼 가정, 결손 가정 등이 청소년들을 방황하게 하고 교회를 떠나게 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이 청소년들을 인터뷰했다. 답변은 이러했다. “또래들 가운데 소수이고 외톨이다.” “자유분방한 섹스, 요란한 음악, 비디오, 인터넷 음란물, 술, 마약 등에 너무 엄격하다.”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다간 한 마디로 세상을 재미있게 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에릭 소토(18)는 작은 차터스쿨에서 시카고의 공립학교로 전학했다. 소토는 성경공부 클럽에 갔다. 그러나 학생이 5-8명 참석하는 게 고작이었다. 실망스러워 다음에는 음식을 준비해갔다. 학생들은 끌어 모으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12명 정도가 올 뿐이었다.
첼시 던포드(17)는 “크리스천 친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했다. 최근 매서추세츠 주 앰허스트의 매서추세츠 대학의 운동장에서 열린 기독교 선교음악회 ‘Acquire the Fire’에 참석한 던포드는 팔찌를 하고 있다. 팔찌에는 ‘tlw’라고 적혀 있다. ‘true love waits’의 약자다.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키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맹세다.
그렇지만 간혹 던포드는 친구들로부터 조롱을 당하는 게 싫다고 했다. 파티에 다니기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또래들이 자신을 ‘목석’이라고 놀릴 때는 심적으로 견디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 선교음악회는 바로 던포드와 같이 어정쩡한 입장에 있는 청소년 크리스천을 돕기 위한 모임이다. 이들에게 단단한 소속감을 주고 믿음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음악회는 텍사스 가든 밸리에 있는 틴 마니아의 아너 아카데미에서 준비를 해 온 700여 명의 인턴 학생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이 음악회는 일반 대중음악 밴드와 같이 내년 5월까지 전국 40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공연한다. 앰허스트 음악회가 전국 투어의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이 모임을 주관한 루스는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갖고 있고 록 그룹의 기타연주자이기도 하다. 루스는 틴에이저 목회만 20년을 했다. 지난 15년 간 루스가 주관한 음악회에 참석한 틴에이저는 어림잡아 200만 명이 넘는다.
틴에이저들은 음악회 도중 자신의 집착과 과오를 종이쪽지에 적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서를 맞는다. 이 순간 울음을 터뜨리거나 한동안 ‘옆길’로 갔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틴에이저들의 교회 이탈 현상에 대해 “그다지 우려할 일이 아니다”는 의견도 있다. 젊은이들이 교회라는 제도에 속박되지 않으려 하지만 믿음 자체를 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실제 학교에서 신앙 모임을 보면 가톨릭, 불교, 유대교, 심지어 주류 개신교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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