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 주 중앙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밸리 카운티의 오드는 ‘죽어가고’ 있는 대평원지역 가운데 하나다. 2차 대전 이후 2000년까지 인구가 계속 줄었다. 식품점이 문을 닫고 주유소도 폐업하기 일쑤다. 그리고 농장마저도 연명하기 버거운 상태다. 동네의 자잘한 영세업소들은 생계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인구가 더 이상 감소하지 않았다. 실제 밸리카운티 오드에 전입인구가 전출인구를 앞질렀다. 1920년 이래 처음으로 순 유입인구가 많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도시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열악한 환경이다. 하지만 오드 주민들은 무언가 지역경제를 살릴 방도를 알아냈다. 경제전문가를 초빙해 자문을 구했다. 인터넷 시대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배웠다. 온라인 매매도 시작했다. 졸업한 학생들이 대도시로만 나가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오드에도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도시로 나간 사람들에게 ‘구인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고교생들에게도 실제 경제와 비즈니스를 가르친다. 고향 역사를 비디오로 만들어 동창회 때 판매하게 독려하기도 한다.
유동자산 20만달러 이상 주민들 도네이션 비율 비교
유타·오클라호마·네브라스카 등 ‘톱3’ 차지
점점 시들어가는 시골동네 살리는 기폭제
부자 많은 뉴욕·캘리포니아는 각각 23위·21위
그런데 과연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인가. 이러한 변화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처음엔 상당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미국 부자들의 선행 덕이다. 가난한 촌동네 사람들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이들의 기부금 힘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클로드 로젠버그는 은퇴한 펀드매니저였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New Tithing’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 그룹은 봉금만으로 기부할 게 아니라 유동자산을 토대로 기부하는 데 미국인들이 좀 더 관심을 갖자고 촉구하고 있다. 기부자들에게 버는 돈 가운데 일부를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갖고 있는 유동자산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미국 50개 주의 자산규모를 파악하고 각 주의 최근 수년 간 기부금 실태를 유동자산규모 비율로 산정했다.
네브라스카 주는 전국 3위에 랭크됐다. 네브라스카 주의 부자들이 매년 유동자산의 1%를 기부한 때문이다. 여기에서 부자는 연봉, 현금보유, 주식, 채권 등 유동자산 규모가 20만 달러를 넘는 사람을 말한다.
오드와 인근 타운 살리기에 동참한 네브라스카 재단에 많은 기부금이 답지했다. 이 재단이 중계역을 맡아 주민들을 돕는다. 이 재단이 작성한 순서에 따르면 로키 산맥으로부터 대 평원 그리고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자산 규모별 기부금 액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브라스카를 앞서고 있는 주는 유타와 오클라호마 뿐이다. 특히 몰몬교 신자들이 밀집해 있는 유타는 십일조를 신도들에게 지키도록 하고 있어 자산규모별 기부금 순위가 1위다. 그리고 3위 네브라스카에 이어 미네소타, 조지아가 뒤를 이었다.
네브라스카 부자들의 평균보다 3분의 1이나 유동자산이 많은 뉴욕과 플로리다의 부자들은 각각 23, 41위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는 21위, 버지니아는 25위, 매사추세츠는 32위, 텍사스는 34위, 워싱턴은 35위로 나타났다.
유타, 오클라호마, 네브라스카 등 상위 랭크 주들은 바다가 없고, 멋들어진 박물관도 없다.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구경 갈만한 것들이 많지 않다. 오히려 놀 것과 볼 것이 많은 주에서는 기부문화가 신통치 않다.
이에 대해 미네아폴리스 재단의 에미트 카슨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을 끌어 모을 정도로 내놓을 만한 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내륙지방은 주민들로 하여금 무언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기부 문화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New Tithing 그룹이 작성한 순위가 반드시 각 주의 기부문화를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세금공제 항목과 무관한 비공식적인 선물이나 커뮤니티 봉사에 쏟은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륙 지방 주민들이 돈이 많은 남서부, 해안지역 주민들과 달리 기부문화를 조성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네브라스카 주의 오드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뉴욕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뉴욕이 기부문화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주민들의 빈부격차 해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 틀림없다. 풍요 속 빈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에 비교적 가난한 내륙지방 주민들의 기부정신이 더욱 빛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