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패러머스 소재 ‘J.C. 페니’ 백화점.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고객들. 최근 백화점들의 매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4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 오던 백화점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전국 백화점 영업 성적이 지난 30년간 시카고의‘마샬 필즈’와 뉴욕의‘B. 알트만’등 수많은 지역 백화점들을 문 닫게 하거나 경쟁사에 팔리게 만든 ‘갭’‘리미티드’ 같은 의류 전문점들을 소리없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자체 브랜드의 의류 개발
매장 더 깔끔하게 장식
패션 고급화로 매출 급증
지난 12개월 사이에 영업한지 최소한 1년이 된 기존 백화점 매장의 매출은 4.1% 증가한 반면 의류 전문점의 매출은 1.3% 증가했을 뿐인데 이번 할러데이 시즌에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윤폭도 커지면서 그동안 아끼고 줄이는 데만 익숙해 있던 백화점 간부들은 먼지 속에 처박아 놓았던 신규매장 개설안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의 부활은 ‘콜스’‘메이시즈’‘블루밍데일즈’‘노스트롬’‘색스’ 같은 체인이 여러해 전에 세운 계획들이 맞아 떨어진 덕이라고 말한다. 즉, 좀 더 나은 자체 브랜드 의류를 개발하고, 보다 값비싼 고급 패션을 판매하며 매장 안을 더 깔끔하게 정돈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치우는 것 등을 말한다.
최근 몇년간 ‘시어즈’와 ‘K마트’‘페더레이티드’와 ‘메이’ 백화점의 합병으로 갈 곳을 잃어버린 고객들을 흡수한 덕도 보긴 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올드 네이비’ 같은 체인에서 기본품목만 장만하다가 백화점에서 파는 네임 브랜드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입하게 된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의류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품목인 고급 데님과 핸드백을 지배해 온 ‘디젤’‘코치’ 같은 브랜드는 백화점에나 있지 몰에 줄줄이 늘어선 의류전문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백화점 물건의 대종을 이루는 ‘리즈 클레이본’‘다커스’ 같은 전국 브랜드는 한때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취급하는 의류 대부분을 직접 디자인하는 전문점들이 똑같은 물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백화점 간부들은 지적한다. ‘타하리’‘시오리’‘주시 쿠튀르’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강세로 지난 3개월간 매출이 급속 신장한 ‘색스’의 스티븐 사도브 사장은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재빨리 이 브랜드, 저 브랜드 바꿔가며 계속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전문점들은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성공에 익숙지 않은 백화점 간부들은 지난 6월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매출 강세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다. 이윤폭이 커지고 있다지만 아직 증권가의 분석가나 투자가를 만족시킬 수준은 못되고 고객 서비스는 여전히 약세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지난 몇년간 올바른 전략을 마련해 왔으므로 경쟁자를 물리칠 일이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5년전 ‘메이시즈’와 ‘블루밍데일’을 운영하는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즈’는 워싱턴의 ‘헥츠’와 보스턴의 ‘파일린스’를 소유하고 있던 최대 경쟁사 ‘메이’가 발행하는 20% 할인 쿠폰과 싸우느라 기진맥진 상태였지만 2003년에 테리 런그렌이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더 편리하게 샤핑할 수 있도록 탈의실을 고치고, 복도를 넓히고, 가격 스캐너를 도입케 한 ‘리인벤트’라는 프로그램을 제정했다. 다음으로는 110억달러를 들여 ‘메이’를 합병, 400개 ‘메이’ 백화점 매장을 ‘메이시즈’로 전환시켜 의류 공급업자에게 더 나은 가격과 독점 공급을 요구할 수 있는 규모와 능력을 갖췄다. 작년에는 마사 스튜어트가 ‘메이시즈’ 백화점을 위해 고급 가구 라인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고 디자이너 델리 타하리도 여성 의류 컬렉션을 만들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에 바라는 바에 대해 수년간 연구한 것에 크게 점수를 주는 런그렌 사장이 “첫번째 문제되는 것은 놀랍게도 탈의실이었다”고 밝혔듯 ‘콜스’는 이번 할러데이 시즌에 개업하는 매장의 탈의실은 훨씬 더 넓게 꾸미고 멋진 벤치와 모조 현대미술 작품까지 걸어 놓았다. ‘블루밍데일’도 여성 속옷 탈의실에는 고객이 판매직원을 부를 수 있는 콜 단추까지 달았으며 ‘벅도프 굿먼’은 퍼스널 샤핑 에어리어에서 로브와 코스로 된 식사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백화점 업계 간부들과 분석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최대 성공요인은 바로 옷 그 자체다. 10년 전만해도 샤핑객들에게 촌스러운 옷을 파는 곳으로 알려졌던 ‘J.C. 페니’의 발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앨런 퀘스트롬 전 사장과 마이런 울먼 현 사장의 리드 아래 개발한 ‘J.C. 페니’의 자체 브랜드들인 ‘A.N. A.’와 ‘이스트 피프스’는 ‘메이시즈’ 것만큼 멋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2003년에 9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던 J.C. 페니는 작년에 10억달러 이상을 벌어 들였고 올해는 28개의 새 매장을 여는 20년만에 최대 규모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페니’의 라이벌인 ‘콜스’는 업계의 장래를 그보다 더 확신하는지 지난 달에는 65개 매장을 하루에 개장했으며 ‘블루밍데일’도 올해 4개 매장을 열어 10년래 최대 규모의 확장을 실현시켰다.
그런데 더 고급 백화점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니만 마커스’의 월 매출은 6.8%, ‘색스’는 8.8% 신장됐다.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블루밍데일’과 ‘노스트롬’도 디자이너 컬렉션과 고가품 취급으로 매출과 이윤폭을 함께 늘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 - 김은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