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제작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 from Iwo Jima)를 관람했다. 보고 난 느낌은 감동 바로 그것이다. 같은 감독이 동반 제작한 ‘Flags of Our Fathers’를 완전 압도하는 걸작이다. 많은 것을 시사하고 생각케 하는 영화다.
우선 일본군 측에서 본 이오지마 전투를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야마시다(일본계 3세 미국인) 시나리오 작가의 놀라운 솜씨, 그리고 그 플롯과 스토리를 완벽하게 영상화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솜씨, 또 일본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하여 펼치는 명연기 등등. 이런 것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 영화를 완성도 높은 걸작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이 영화는 내용에서도 많은 시사와 깨달음을 얻었다. 그 시대에 20대 초반이었던 나로서는 일제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군국주의를 체험했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그런 느낌으로 오싹하는 전율마저 금할 수가 없었다.
옥쇄(玉碎)라는 미명으로 세뇌된 일본 군인들이 끝까지 항전하며 무모한 침략전쟁의 추악함을 깨닫지 못하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무참하게 죽어가는 그런 장면을 오늘날의 일본 젊은이들은 과연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받아들일까.
요즘 우경화에 속도를 내며 평화 헌법을 폐기하고 보통국가로 거듭나 옛 제국시대를 되찾겠다고 호시탐탐 칼을 갈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을 바라보면서 이 영화가 또 다른 각도에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또 한 가지. 이 영화는 전쟁의 잔학함과 참혹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반전주의로 이끈다. 반전주의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과연 우리와 같은 시각으로 이 영화를 받아들일까. 심히 걱정된다.
끝까지 항전하며 죽어가는 일본 병사들의 죽음을 옥쇄라는 미명으로 포장하고 있는 구석이 걱정되는 것이다. 일부 일본 사람들이 이런 장면을 영화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영화 한편 보고 많은 상념에 빠지게 하니 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명감독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저런 감회에 젖어본 하루였다.
김창섭/몬트레이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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