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來委謝者 欲休息也
兵怒而相迎 久而不合
又不相去 必謹察之
(내위사자 욕휴식야
병노이상영 구이불합
우불상거 필근찰지)”

‘적측에서 사자를 보내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피로한 적이 휴식하고자 함이다. 적병의 군영과 대치하던 중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적이 싸움을 하지 않거나 또 물러나지도 않을 때는 필히 그들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신중히 관찰해야 한다.’
손자병법 행군(行軍)편에 보이는 구절이다.
골프코스를 평가하는 항목 가운데 ‘리듬감’이라는 것이 있다. 홀의 난이도 배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의 골프코스는 9홀씩의 아웃코스나 인코스로 나누어져 있고 각 코스는 각기 다른 난이도를 가진 홀들이 배열돼 있다. 따라서 여기에 맞춰 플레이를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많은 골퍼들은 3홀 정도 돼야만 몸이 풀린다고 말하고는 한다. 상체도 좀 돌아가기 시작하고 스윙의 리듬도 찾게 된다. 그래서 첫 홀은 ‘올 파’, 두번째 홀은 그린에 올리기만 하면 기브를 주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는 세번째 홀부터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3, 4번째 홀은 보통 평이하게 설계돼 페어웨이가 넓고 평평해 보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설계자의 함정이 있다. 몸도 풀렸고 홀도 만만해 보이기 때문에 무작정 강공으로 나오는 골퍼들은 영락없이 벙커나 경사지 등 장애물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모든 일에 기승전결이 있듯이 골프도 초반에 컨디션 조절과 스윙 감각 찾기에 주력하고 그것을 이어나가면서 멋지게 마무리하는 플레이의 전개가 필요하다.
유응렬 프로
MBC- ESPN해설위원
<서울경제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