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선‘백문이 불여일타’(百聞이 不如一打)
40대 중반에 골프채를 잡은 P는 학구열이 남달랐다. 골프 관련 서적을 한 아름 사서는 고시공부 하듯 단시일 내에 책 속에 담긴 골프지식을 머릿속에 쏟아 넣었다. 골프연습에도 열성이어서 갈비뼈에 금이 간 줄도 모를 정도였다.
처음 한 달 정도 레슨프로의 지도를 받는 듯 했으나 책에서 읽은 지식과 레슨프로의 지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P는 독학의 길로 들어섰다.
P는 골프책에서 읽은 내용을 익히기 위해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고 골프장에 나가서도 동반자 모두에게 지도를 자청했다. P는 자신보다 먼저 골프를 시작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스승이라고 여겼다.
라운드 전 그는 자신이 초보자임을 선포하고 언제든지 잘못되는 것이 있으면 즉시 지적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게임 중에도 매순간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동반자들로부터 확인받고 지적사항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주위 사람들은 P가 당연히 단시일 내에 100타를 깰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P는 6개월이 지나도 진척이 없었다.
울화통이 터진 P는 어느 날 구력 10년이 넘는 선배와 라운드하는 기회에 남몰래 선배에게 주문했다.
“선배님, 열심히 연습하는데 도무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적해주십시오”
선배는 P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했다. P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셋업 자세를 취하면서 동반자들에게 “제대로 섰습니까”하고 묻고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티샷을 했다.
세컨드 샷을 할 때도 “이럴 땐 어떻게 서야지요?” “훅 샷이 될 위험이 많지요?”라고 시시콜콜 조언을 구했고 그린에서조차 혼자서 조용히 라인을 읽어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물었다. 선배는 묵묵히 P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18홀을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걸어가면서 선배는 P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른 문제는 없네. 딱 한 가지만 빼놓고는” P는 잔뜩 긴장해서 귀를 세웠다. “골프장에선 열심히 골프나 치라구.
歌舟좇恙【?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는 그 욕심이 바로 문제야. 샷을 할 때마다 남의 조언을 구하는데 남이 대신 샷을 날려주는 것은 아니잖아”
P는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P는 그동안 자신이 아닌, 동반자들을 모자이크한 괴물이 골프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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