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스(bounce)는 골퍼를 웃게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특히 그린이나 페어웨이가 꽁꽁 얼어버리는 겨울철엔 바운스가 골퍼들을 괴롭힌다. 이 럭비공과 같은 바운스의 속성은 결과에 따라 골퍼의 희비를 가르지만 동시에 골프의 묘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겨냥한 방향대로 잘 날린 샷이라 해도 원하는 지점에 볼이 도달하지는 않는다. 지면에 떨어진 볼이 어디로 튀느냐에 따라 좋은 조건에 놓이는가 하면,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기도 한다. 지면이 경사지고 울퉁불퉁하거나 작은 돌멩이 또는 흙덩이 같은 이물질 때문에 볼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날린 샷이라도 어디로 어떻게 바운스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마땅히 그린에 올라가야 할 볼도 굵은 모래나 딱딱한 흙덩이, 나뭇조각 등 이물질에 부딪히면서 그린 주변의 벙커나 러프지역, OB지역으로 굴러 가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버디 아니면 파가 보장된다고 기대했던 홀에서 보기나 더블보기를 감수해야 한다. 이 때의 바운스는 골퍼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을 준다.
반대로 미스 샷이라고 생각했던 볼이 예기치 않은 바운스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러프지역에 박히는가 싶었던 볼이 이물질에 부딪혀 그린 위로 튀는가 하면 그린을 넘어 OB지역으로 튀어가던 볼이 나무에 맞아 그린 위에 떨어지기도 한다.
심지에 벙커에 떨어진 볼도 모래 고르는 도구에 맞아 그린 위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 이같은 행운의 바운스는 더할 수 없는 쾌감과 안도감을 안겨준다.
바운스는 실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다. 연습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 골퍼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바운스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골프의 바운스는 인생에서의 운명과 흡사하다. 어느 정도 의지나 노력에 따라 운명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거나 아주 드물다. 이때 인간은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안다. 운명이란 어차피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볼이 원하지 않은 곳으로 튀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분노에 쌓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실수로 날린 볼이 기대치 않은 바운스로 좋은 자리에 떨어졌다고 해서 기뻐 날뛸 일도 아니다.
애당초 바운스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결과도 운명처럼 담담히 받아들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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