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켈러(왼쪽 7번째) 편집국장과 연수 참가 기자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걸쳐 소수계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뉴욕타임스 프로패셔널 펠로우십’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한인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뉴욕한국일보 김노열 차장이 참가한 것을 비롯 노위 드제닉(폴란드), 월드저널(중국), 방글라 패트리카(방글라데쉬), 아라미카(아랍), 노보예 루스코예 슬로보(러시아), 쿠리어 플러스(폴란드), 아프리칸 선타임스(나이지리아), 티카나(방글라데쉬), 엘 디아리오 라 프렌사(히스패닉), 싱타오(홍콩), 더 아르메이안 리포터(아르메니아) 등 12개 소수계 언론사 기자들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의 취재 및 편집과정을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편집자>
지난 11일 연수를 받기 위해 이른 아침 7번 전철을 이용해 맨하탄 타임스퀘어 역에 도착한 기자는 156년 전통과 걸맞지 않는 뉴욕타임스 본사사옥을 바라보며 새삼 놀라야 했다. 지상 51층의 초현대식 건물로 외관은 물론 빌딩 내부 전경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 배어 있었다. 빌딩 시설 또한 블라인드 조차도 일광량
에 따른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한마디로 최첨단 건물이었다.
신문사 규모 팽창으로 공간 협소문제를 겪어 오던 타임스는 이태리의 유명 건축사에 의뢰, 지난 6월 94년간 위치했던 맨하탄 43가의 본사사옥을 현재 장소(620 8th Ave.)로 이전, 현재 완공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그렇게 기자는 먼저 예술과 현대 과학이 잘 어울려 빚어낸 빌딩에 매료당한 채 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될 16층 세미나실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뉴욕타임스 연수는 한인사회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세계 최고의 신문을 만드는 리더들을 만나 기자의 지위와 역할을 다시 한번 되 내여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우선 본사 복도의 한 면에 전시된 ‘퓰리처 상 수상자의 벽’이었다. 100명이 넘는 뉴욕타임스 출신의 역대 퓰리처 상 수상자들의 사진이 회사 복도 한 면을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그건 단지 특정 신문사의 역사와 저력을 자랑하는 것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진정한 ‘최고’가 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불편부당의 기자정신을 존중하고 그동안 신문사의 성장기반이 돼 온 업적을 소중히 계승 발전시켜가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된 편집국 실무자들과의 만남은 기자에게 그들이 사회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타임스는 기자 300여명과 데스크 300여명을 전면에 포진, 뉴욕 일대는 물론 미국내와 세계 각국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보다 생생한 뉴스로 전달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함께 끊임없는 지면쇄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편집국은 크게 국제 외신부와 국내소식을 전하는 내셔날부, 메트로부, 경제부, 레저부, 스포츠부, 사진부, 문화부, 디지털뉴스팀 등 10여개 주요부서와 뉴욕타임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오피니언부서로 나눠져 있다. 기자, 데스크, 일반 행정직원을 포함, 총 1,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특히 메트로 부서에만 80여명의 기자가 뛰고 있다.
데스크 진은 취재를 지시하는 ‘주간 데스크’(Assignment editor)와 기자로부터 기사를 받아 정리하는 ‘야간 데스크’(Night editor), 기사 교정과 헤드라인을 뽑는 ‘카피 데스크’(Copy editor)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데스크 진들은 기사의 정확도와 공정성을 극대화하기 시키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기자들과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때로는 수개 월, 1년 이상의 기사 보완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타임스 기사가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편집국의 하루일과는 오전 8시경 데스크가 출근해 해당부서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면서 시작, 오후 3시께 1차적으로 지면배정을 끝낸 후 오후5시 각 부서장들의 모임을 통해 모든 기사의 편집배치를 마친다. 기사 마감시간은 보통 오후 5~6시이며 그날 상황에 따라 최종마감은 새벽 2시까지 연장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면이 적은 관계로 기자들은 자신들의 기사를 반영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웬델 제이미슨 메트로 에디터의 설명이다. 이 같은 기자들 간에 펼쳐지는 선의의 경쟁 과정이 양질의 기사가 탄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특히 오후 4시 정각에 열리는 1면 편집회의(Page One Meeting)는 매일 아침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타임스 1면 기사가 어떻게 결정되는 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편집국장 주재 하에 열리는 이 회의는 각부서 국장급 20여명과 논설위원진과 경영진 20여명 등 총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탑 기사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진다. 부서장들마다 각자 자신의 부서에 올라온 기사가 1면에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부서간 격론을 벌이는 장면은 그야 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세계의 눈과 귀가 되고 있는 타임스 편집진들의 치열한 고뇌를 느끼게 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편집국을 총 책임지고 있는 빌 켈러 편집국장(Executive Editor)와의 면담에서는 기자정신이 무엇 인가를 다시금 고민할 수 있었다. 지난 1989년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신문은 일반 독자들에게 단순히 뉴스를 보도한다기 보다 사회현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저널리즘을 전달하는 것이 더 큰 목적에 있는 것 같다”며 “좋은 기사는 아주 사소한 사회현상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기자의 열정과 창의성 등이 조화를 이룬 가
운데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관찰력은 물론 사회현상을 대하는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열정을 현실화할 수 있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기자에게 커다란 조언이 됐다.
[뉴욕타임스 개요]
1851년 H.레이먼 등이 ‘뉴욕 데일리 타임스’라는 제호로 창간했다. 1896년 A.S. 옥스가 인수, ‘인쇄에 알맞은 모든 뉴스’를 ‘공평하고 대담하게, 그리고 골고루 제공한다’는 사시아래 지면을 개혁, 세계 최고 권위의 일간지로 성장시켰다.
특히 세계 정치 및 국제문제에 관한 기사는 정평이 있으며, 사설은 미국내 문제에서는 진보적 성향을, 국제문제에서는 협조주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아돌프 옥스의 손자 아서 옥스 슐츠버거가 경영을 맡으면서 신문사와 간부조직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으며 현재 인공위성을 통해 각 지방 인쇄소에 전송, 미국내 전국판을 발간하고 있다. 현재는 아서 슐츠버거 주니어가 경영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110차례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자매지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보스턴 글로브’ 및 16개 신문들이 있으며, 그 밖에 텔레비전 방송국, 라디오 방송국 등을 경영하고 있다. 발행부수는 2000년 현재 평일판 110만 부, 일요판 190만 부이다.
<김노열 기자>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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