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있는가? 이 세상을 속히 떠나게 하는 방법이 한가지 있다.
매일, 흰 쌀밥에 들쩍지근하고 감칠 맛나게 하는 하얀 인공조미료를 듬뿍 넣은 반찬으로 아침상을 차려주고, 치즈와 햄을 가득 넣고 하얀 밀가루로 만든 맛있는 빵을 점심으로, 하얀 소금을 잔뜩 뿌린 프레츨을 저녁 술안주로 정성 들여 내놓는다.
식후에는 반드시 백설탕을 주원료로 한 케이크를 디저트로 들도록 한다. 이를 몇달만 계속하면,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각종 심장질환을 한꺼번에 일으켜 저절로 목을 조르게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하얀 음식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하얀 마늘, 양파, 버섯, 요구르트, 도라지 등은 오히려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혈압,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노화 방지, 신진대사 촉진, 해독에 좋으므로 내놓지 말아야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자녀의 목을 서서히 조르는 부모들이 있다. 자녀를 의존증 환자로 전락시키는 분들이다.
지난달 시애틀에서 열린 300여개 대학의 설명회에서, 부모가 앞장서서 입학 사정관에게 질문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 자녀는 뒷전에 물끄러미 서있는 장면을 수없이 보았다. 사정관이 학생에게 질문을 하자 부모가 낚아 채어 대답을 해준다. “우리애가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서 아무래도 어른이 나서야 낫지 싶어서 대신한다”가 이유다.
대학 지원에 필요한 SAT 나 AP 시험성적을 각 대학으로 보내는 것도 부모가 자녀의 등록이름과 비밀번호를 알아내 대신해주고, 대학 인터뷰에서는 “우리아이의 장점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설명 해주겠다고 나서며, 학교와 전공선택도 자녀의 의사가 반영되기보다 부모의 욕심이 앞선다. 이름도 없는 대학에 무엇 하러 가니? 기왕이면 크고 유명한 학교를 택해라”가 주문사항이다.
“대학입학 후부터는 혼자 내버려 두고 손을 떼겠다”는 부모의 말은 거짓말이다. 기숙사의 동료학생과 뒤틀려 집으로 불평 전화가 오면 둘이서 해결하게 하든지 아니면 담당자와 상의하게 시키기 보다 부모가 직접 나서 방을 바꾸든지 룸메이트를 바꿔 달라고 학교에 요구한다.
“그래도 졸업하면 조금 나아지겠지”는 착각이다. 보잉회사 인사과의 한 관계자는 “직장 인터뷰에 따라오는 부모도 있고, 임용통보를 보냈는데 부모와 상의하지 않은 상태라 결정을 못하겠다든가, 연봉협상은 부모와 해달라고 부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고 말한다.
심지어, 스스로 해야할 배우자 선택도 부모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기 일쑤이다.
“설마, 시집장가 가고 나면 정말 홀로 서게 되겠지”는 환상이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애 봐주고, 반찬해주고, 부부싸움이 벌어지면 바로 개입하기에 이르기 까지 부모의 ‘사랑’ 타령은 끝이 없다.
죽이고 싶은 ‘웬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얀 음식이 목을 조르듯이 치마폭이 자녀의 홀로서기를 막고 있다. 귀엽기 짝이 없고, 아무리 빨아도 식상하지 않고, 항상 쳐다봐도 가슴 뿌듯한 소중한 자녀들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의 무게를 홀로 감당시켜야 하기에 치마자락을 과감히 찢어야 한다.
대학 지원서가 본격적 찢기의 시작이다. 그것은, 부모가 간섭 전쟁은 그만 두겠다는 종전협정서요, 독립시키겠다는 독립선언문이요, 대리운전은 그만 하겠다라는 언약이다. 지원서 이후에도 자녀를 향한 ‘사랑’ 타령을 계속 해야겠다면, 살살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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