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력 30년이 넘는 골퍼가 있었다. 한창 때는 이븐파도 자주 치고 언더파 기록도 남겼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휴가를 이용, 일부러 그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찾아가 사정사정해서 라운딩을 할 정도의 골프열정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괜히 골프를 시작했다는 후회에 휩싸였다. 30년을 넘게 정성을 쏟아왔는데도 아직 만족할만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기억이 없다. 이미 60고개를 넘은 지 3년이 지나 한창 때의 스코어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골프에대한 실망감을 떨칠 수 없다.
거의 매일 연습장을 찾지만 ‘바로 이런 감이야!’하는 느낌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고 라운드 중에 발견한 잘못을 고치겠다고 연습장에 가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이 머리가 지독히도 나쁜 게 아닌가 여겨지기까지할 정도다. 아무래도 골프에서 손을 떼야겠다는 결심이 굳어가던 참이었다.
이런 그가 어느 날 연습장에서 한 골퍼를 만났다. 몇 번 안면이 있는 그에게 흘러가듯 자신의 고뇌를 털어놨다. “아무래도 골프를 끊어야겠어요. 30년이나 쳤지만 얻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내 머리가 나쁜 것 같기도 하고.
매일 아침 땀을 흘리며 정성을 쏟지만 나아질 가망은 없어요.” 이 푸념을 들은 사내는 “어떤 프로골퍼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라운드를 돌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답니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만족하는 골퍼는 더욱 없고요.
한번 골프채를 잡으면 놓지 못하는 것도 골프가 결코 정복되지않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래도 불만이 삭지 않아 “그렇다고 30년 동안 쳤는데 얻은 게 뭐 있습니까?”하고 되물었다.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했다.
그러자 그 사내는 조용하게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차근히 생각해보면 골프로 인해 엄청난 혜택을 입고 있다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올해 연세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연세에 매일 아침 운동할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잔병에 걸리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이 말에 그는 머리가 멎는 듯했다. 내나이 63세, 주변에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도 적지 않다.
살아 있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친구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사실이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육체는 근육으로 다져져 있고허리 아픈 것도 모른다. 하루에 두 라운드를 돌아도 피곤함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골프 탓이라고?맞다!
“항상 더 나은 스코어를 추구하되 스코어에 너무 집착하지말고 즐길 줄 알면 이 세상에서 골프보다 더 축복 받은 운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골프채를 챙기면서 던지고 간 사내의 이 말에 그는 그 동안 골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골프장에 나가면 무조건 이겨야 하고, 못치면 스트레스에 쌓이고 모든 것을 적으로 돌려 이기려고만한 자신이 눈에 선했다. ‘그래 내가 골프를 잘못 안 것이다. 30년 만에 깨닫다니, 그것도 내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남의 한 마디로 깨닫다니나는 얼마나 바보인가. 그래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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