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토르 박, 감사합니다” 몇 해 전 입 천장 봉합수술을 받고 완치된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박병윤 교수를 찾아와 감사를 표시하며 활짝 웃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노 교수, 어깨너머로 …의료수준이 뒤처진 우즈베키스탄의 한 노 교수가 한국 의사들의 수술장면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연세대 박병윤 교수팀, 10년째 우즈베키스탄 찾아 기형수술 봉사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소아의과대병원’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 온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입술과 코 사이가 갈라진 신생아부터 얼굴이 화상 흉터로 뒤덮인 성인여성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기형 환자들이다. 이들의 소원은 오직 하나, 한국에서 온 ‘독또르 박’에게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다.
‘독또르(Doctor) 박’은 연세대 의대 성형외과학교실 박병윤(62) 교수를 가리킨다. 올해로 10년째 제자들을 이끌고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박 교수는 그 동안 300여 명의 불우한 기형 환자에게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주었다. 성형외과 전문의 4명과 전공의 2명, 간호사 3명으로 구성된 봉사팀은 도착하자마자 수술대상자 선별에 나섰다. 한국에서 가져 온 장비와 약품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가려내야 했다. 이 곳의 의료수준은 우리의 1960년대 정도. 특수한 장비나 사후 관리가 필요한 경우는 수술을 해 줄 수가 없다.
목숨만큼 소중한 수술의 기회를 얻은 환자들에게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다. 수술부위를 치료받는 어린이들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거나(위). 아예 두 눈을 꼭 감고 참아낸다(아래).
희망자 120여 명 중 선택된 사람은 44명. 꼬박 하루거리를 달려 온 끝에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박 교수는 “기형이 심한 환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면서 “서울로 데려와 수술을 해 주고 싶어도 일인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경비가 문제”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팀의 의료봉사는 수술로 시작해서 수술로 끝이 난다. 이번 봉사를 통해 나흘 동안 하루 열 명 이상을 수술했다. 팀원들 스스로가 막노동이라고 표현할 만큼 고된 수술이 매일 12시간씩 이어졌다. 몸은 점점 녹초가 되어갔지만 환자들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는 팀원들의 눈빛은 갈수록 또렷해진다.
기형환자는 제때에 성형수술을 받지 않으면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진 구순구개열의 경우 음식물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화상환자는 수술로 조직을 펴주지 않으면 2차 변형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생후 8개월째에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는 소지다(여,22)씨는 수축된 코와 입술 사이를 벌리고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그 동안 숨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는데 이제는 입을 다문 채 편안히 잘 수 있게 되어 꿈만 같다”며 감격해 했다.
국소마취 상태로 두 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이 환자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 되었지만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세번째). 화상으로 인해 한쪽 눈이 감기지 않는 아이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봉사팀을 바라보고 있다(네번째). 하지만 이 아이는 안타깝게도 이번에 수술을 받지 못했다.
애타게 원했던 기회인만큼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자세는 남다르다. 국소마취 수술을 받는 동안 온 몸이 땀에 젖는데도 몇 시간씩 참는 것은 보통. 어린아이들도 엄살은커녕 아프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연세대 원주의대 정윤규 교수는 “수술에 지장이 있을까 봐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 수술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10년째 이어져 온 박병윤 교수의 의료봉사는 이제 단순한 봉사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봉사기간 중에 중앙아시아 최초의 국제 성형외과학회가 열렸는데 행사를 주도한 사람이 바로 박 교수의 제자이자 우즈벡 1호 성형외과 의사인 무라드씨다.
10년 동안 불모지에 뿌려 온 씨앗이 싹을 틔운 셈이다. 박 교수는 “의사로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 정기적인 교류를 통한 의료진 양성과 시설지원을 위해 보다 더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타슈켄트 = 박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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