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공개된 미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투어 참가선수 영어 사용 의무화 방침(본보 27일자 A1면·B1면 보도)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LPGA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투어를 점령하다시피 한 한국 선수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골프계 안팎의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법적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LPGA의 이번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과 한국 선수들에 미치는 영향 및 반응, 문제점 등을 집중 조명해본다.
■영어 의무화 왜?
LPGA가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유례없는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기업 스폰서와 광고주, 후원자들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LPGA 투어대회는 본 경기 전 프로앰 라운드를 통해 투어 선수 1명이 스폰서 관계자 및 후원자들과 조를 이뤄 골프를 함께 치고 간단한 레슨도 해주면서 일종의 팬 서비스를 하는 게 관례.
그런데 영어를 못하는 선수들이 프로앰 라운드에서 동반자들은 아랑곳도 않고 혼자 연습 플레이에 열중하거나, 우승을 해도 인터뷰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장면이 비일비재해졌다.
이에 대한 스폰서와 후원자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지자 투어의 인기 하락과 스폰서 이탈을 우려한 LPGA가 ‘영어 의무화’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 실태와 영향은?
현재 LPGA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 중 한국 출신은 모두 45명으로 40%에 육박한다. 이중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선수들은 겨우 10여명에 불과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다보니 1만달러나 내고 LPGA 선수와의 프로앰 라운딩에 참가했는데 영어를 못하는 한국 선수와 다섯 시간이 넘는 라운딩 내내 대화 몇 마디 못했다는 후원자들의 불평이 만만찮았고, 프로앰에서 한국 선수들은 빼달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지난주 세이프웨이 클래식 대회 때 LPGA 캐롤린 바이븐스 커미셔너가 한국 선수들만 30여명을 모아놓고 이번 조치를 통고한 것도 이번 조치가 사실상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영어 의무화’ 조치가 이들 한국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임은 뻔하다. 올해 두 번이나 우승한 이선화 선수는 비시즌에 영어 개인교습을 꾸준히 받고 있지만 투어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까지 해야 하는 한국 선수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법적 문제점은?
LPGA의 이번 정책이 인권보호나 차별금지법에 위배돼 법적 분쟁을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NYU 법대의 아더 레너즈 교수는 “출신국에 따른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일부 주에선 이번 규정이 문제를 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특히 주관적인 구술 테스트로 영어실력을 판단한다는 게 문제”라며 “만약 이것만으로 선수의 기회를 박탈한다면 소송을 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라는 법률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한인사회 반응
한인들과 골프계에서는 LPGA의 이번 조치가 한국 선수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므로 철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LA의 에디 김(42)씨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문호를 열어놓고 이제 와서 영어를 강제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말이 안 된다”며 “차라리 LPGA를 미국 선수만 참여토록 하는게 어떠냐”고 비꼬았다.
아로마 골프아카데미 원장 박윤숙 프로는 “LPGA에는 말을 못하는 장애선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 선수에 대해서도 출전정지를 내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현준선 프로는 “무리한 조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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