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은행→실물경제→개별국가 부도우려로 확산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세계 증시가 바닥을 모른 채 하락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서 시작된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취약 국가들의 부도 우려까지 가세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모든 위험자산을 염가 처분하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24일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는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6% 이상 급락한 영향으로 4%가량 떨어져 2003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아시아 증시는 10% 안팎의 폭락세를 보였다.
‘바닥이 보인다’고 기대했던 많은 투자가는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확산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데다 그 골이 예상보다 훨씬 깊고 클 것이라는 우려가 지표로 확인되면서 ‘바닥 밑에 끝모를 지하가 있다’는 공포 속에 앞다퉈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각국의 경기둔화와 기업실적 악화가 속속 전해지고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이 위험 회피와 현금 확보를 위해 자금을 회수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영국의 3.4분기(7∼9월) 경제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발표했고 소니, 삼성, 볼보, 아마존 등 전세계 주요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실적 하락을 시인했다.
이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5 밑으로 떨어졌으며 제조업 PMI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로 시차를 두고 개장하는 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의 하락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폭락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공포에 질린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다시 공포에 휩싸이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
특히 서방 투자가들은 경제가 취약한 나라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타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부도’ 사태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동유럽, 남미, 아시아 등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윌리엄스 드 브로의 짐 우드스미스 수석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신용경색이 은행에서 개별 국가로 전이돼 결국 국가부도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믿음이 커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안전통화인 달러화와 엔화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통상 ‘패닉’으로 규정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모든 뉴스를 나쁜 뉴스로 간주하는 등 스스로 폭락으로 몰아가는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긴 패닉과 잠깐의 휴식이 반복하고 있다면서 특히 투자자들이 불안한 시장에서 돈을 빼내 달러로 송금하면서 취약국가들의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의 한 전문가는 지난 5년동안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 지역에 투자했던 돈을 한꺼번에 빼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한때 10% 안팎으로 떨어져 폭락 도미노가 우려됐던 유럽 증시가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한 -3~5%대로 마감했고 미국 증시도 예상보다는 선방하고 있어 ‘공포의 전염병’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증시는 투자자들의 `완벽한 불신’ 속에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어 언제든 다시 패닉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도피가 확산되면서 달러화와 엔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는 취약한 동유럽 시장에 노출됐다는 우려로 달러화에 대해 한때 2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유럽의 경우 헝가리, 우크라이나, 벨로루시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자금지원을 협의하고 있다.
반면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99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는 보통 성장성이 높지만 위험도 큰 지역에 대한 투자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엔캐리트레이드를 급격히 청산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세계 선진 7개국(G7) 또는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들이 달러, 유로, 엔화 등 주요 통화의 급등락을 막기 위해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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