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 운송업체 배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47). 약 5년 여전에 애틀랜타로 이주해 온 김씨는 한국에서 육사를 졸업한 소위 엘리트 장교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민 온 후 특정한 직업없이 3년 동안을 허송세월만 보내야 했다. 김씨는 “장사는 하기 두려웠고 그렇다고 막노동에 나설 자신감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현역 시절 수백명을 통솔했었던 자부심으로 인해 도저히 아무일(?)이나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 능통하지 않은 영어실력도 문제였다. 하지만 가져온 돈이 점차 떨어지자 얼마 전 모 운송업체 배달요원으로 일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좌괴감으로 괴로웠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다”는 김씨는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고학력이면서도 접시닦이나 주차관리원, 건설직 노동자 등 미숙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실직상태에 있는 미국 이민자는 5명 가운데 1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언어능력 부족과 인종차별 등으로 고학력자들이 지식 수준에 걸맞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 사회적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함께 일고 있다.
또 이민자 중에서는 남미나 아프리카 이민자가 유럽이나 아시아 이민자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워싱턴에 소재한 이민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고학력 남미,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출신 이민자보다 구직 시장에서 훨씬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 이민 온 대졸 이상 남미인들의 절반 이상과,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남미인들의 3분의 1 이상이 미숙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
불법체류자들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엘살바도르에서 정치적 이유로 미국에 건너온 그레고 피네다(45) 씨는 모국에서 은행 이사회 구성원이자 잘나가는 로펌의 대표 변호사였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그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건설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은 컸다. 그는 공부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런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흐를 때가 많다며 일하면서 정신을 자극하기 위해 스크랩한 시와 오페라 가사를 암송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회사가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주고 상위직으로 오르는데 필수적인 기술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허락한 데 그는 감사하고 있다.
현재 안전관리자로 일하는 그는 건설사고 예방을 담당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지만, 향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변호사 일을 다시 할 수 있을 때까지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예전의 사회적 지위를 되찾는 데 유일한 장애물이 고급 영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이민자는 남미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영어능력이 좋은 편이지만 모든 인종그룹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잘 교육받은 유럽 이민자들은 미국에 얼마나 오래 거주했던 지와 상관없이 토종 미국인들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고, 아시아의 고학력 이민자들도 유럽인보다는 덜하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김계석(35, 자영업)씨는 “보고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한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은 남미나 아프리카 출신이민자 보다 난 것이 하나도 없다는데 동의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씨는 “오히려 남미인들보다 영어가 서투른 경우가 많아 능력과 신분은 되지만 학력에 걸맞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게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고서의 공동 저자 마이클 픽스는 남미와 아프리카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의 상당부분이 언어능력 탓이라고 지적하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이들에게 영어 강습 지원이나 모국에서 획득한 학력이나 자격을 적절한 과정을 거쳐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이러한 문제는 다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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