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여파로 기승
한인은행·타운 업체들
‘사실무근’해명에 진땀
LA 한인타운 한 은행 지점장은 요즘 잘 아는 고객들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어느 은행이 곧 문을 닫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냐’ ‘어느 한인 업체가 파산을 한다는데 좀 아는 것 없느냐’ 등등 각종 루머에 대해 물어오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장은 “타운에서 떠돌아다니는 뜬금없는 소문을 듣고 전화들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느라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서 한인사회에 온갖 악성 루머들이 횡행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힘든 상황에서 ‘어디가 망한다더라’는 식의 실체불명의 헛소문들이 분위기를 더욱 흉흉하게 하고 있다.
한인타운에서 콘도 건설 프로젝트를 해온 한 한 부동산 개발업체의 경우 최근 파산설이 파다하게 나돌아 고통을 겪었다. ‘건립이 진행 중인 콘도의 공사가 중단됐는데 자금 부족으로 파산할지 모른다더라’는 루머 때문이었다. 업체측은 “부동산 경기가 바닥이기 때문에 공사를 늦추고 있을 뿐이며 실제로 대출자금 상환도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같은 소문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또 한 대형 식당도 느닷없이 곧 문을 닫을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 불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비교적 고객이 많은 업소인데도 ‘운영난’소문이 퍼져나갔다.
이같은 악성 루머가 고의적으로 생산돼 유포되는 경우도 있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지점장 등 일선 마케팅 담당자들이 예금유치를 위해 고의적으로 ‘다른 은행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모 한인은행 행장이 고객과 만나 다른 은행을 지목하며 “그쪽이 사정이 안 좋아 망할지도 모르니 예금을 옮기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가 상대 은행 관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침체의 그림자를 따라 확산되는 이같은 악성 루머는 해당 기업이나 업체에 타격을 입힘은 물론 전체적인 심리적 위축을 심화시키며 타운 경제를 더 깊은 불경기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공황 시절 단순한 루머가 은행들에서 예금인출 러시를 불러 은행들의 도산으로 이어졌듯, 아무리 튼튼한 업체도 이같은 ‘아니면 말고’식의 루머로 인해 거래처나 고객들의 신뢰에 조그만 틈이라도 생긴다면 순식간에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단순한 추측이 입에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마치 사실인양 부풀려지는 게 문제”라며 “한인 경제가 한 배를 탄 것이라는 인식으로 루머 확산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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