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이제 한국 부도 가능성 사실상 제로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월가 금융기관들은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에 나서기로 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도 신흥시장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유동성 지원 창구를 개설키로 함으로써 한국의 위험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30일 한국경제 브리핑 보고서에서 이런 달러 유동성 지원 조치는 한국의 부도 위험성을 현격하게 낮출 것이고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에서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한국의 건전한 펀더멘털과 충분한 유동성 지원 등을 감안할 때 부도 가능성은 이제 사실상 ‘제로’가 됐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은 한국의 이용 가능한 유동성 규모가 최소 690억달러에 달해 외화 유동성이나 부도 위험에 관한 일부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시키기에 충분하다며 한국이 이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활용한다면 외환보유고가 3천억달러에 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그러나 세계 경기침체와 국내 신용경색, 외채 부도 위험 등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3가지 주요 리스크 중에서 부도 위험은 이제 크게 줄었지만 나머지 2가지 리스크는 계속되면서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 달러 유동성 지원 조치만으로 금융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다만 달러 유동성 지원과 부도 위험성 감퇴로 한국은행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금융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등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과 FRB 간의 통화 스와프를 놀라운 진전이라면서 한국은 FRB의 4개국과의 통화 스와프 조치의 명백한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1946년 이후 선진국으로부터 신흥국가로의 유동성 공급은 IMF를 통해 이뤄져왔지만 미국과 한국의 통화 스와프는 아주 예외적인 첫 사례일 것이라면서 FRB가 성명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건전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 경제권이라고 밝힌 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메릴린치는 IMF의 유동성 창구를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정치적 오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IMF 자금을 이용하기를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릴린치는 또 이번 조치로 국제적인 ‘유동성 우산’이 넓어짐으로써 최근 몇주간 선진국과 신흥시장 간에 나타났던 것과 같이 자금이 아시아 내에서도 양질의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통화 스와프 조치가 한국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고 원화 환율에도 지지가 될 것이라면서 이 조치와 이미 발표된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조치가 은행의 대외채무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경상수지 개선 및 국제 자금시장 경색 완화 전망을 반영해 향후 3,6,12개월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천250원, 1천150원, 1천120원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MF가 신흥시장 국가를 상대로 한 단기 유동성 창구를 개설키로 한 것과 관련, 위기에 타격을 받았지만 IMF 판단에 건전한 경제 정책을 갖고 있는 한국과 멕시코, 브라질 등이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10년전 IMF의 지원을 필요로 했던 것을 국가적 수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에 아직 관심이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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