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의 대선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날 유세길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눈물을 훔쳤다. 승리를 목전에 두고 타계한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10살 때부터 어머니 대신 그를 사랑으로 키워준 외할머니이기에 그 슬픔은 더 애잔하게 밀려왔다.
오바마 후보는 3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서 외가 중 유일한 생존 혈육이었던 외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할머니는 이름이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일상을 열심히 산 미국의 조용한 영웅이었다고 회고했다.지난달말 오바마는 암 투병으로 위중한 외할머니를 문안하러 하와이를 방문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중단할 정도로 외할머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외할머니는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고 사망했기 때문에 투표권은 행사한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마냥 슬픔에 잘길 수만은 없었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그는 다음 유세지인 버지니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투표를 코 앞에 두고도 두 후보의 표 갈이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바마는 전날에 이어 공화당 안방을 흔들기 위한 공략을 계속했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플로리다를 비롯해 이날 하루만 무려 7개주를 돌며 수성에 안간힘을 썼다.
오바마는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매케인의 ‘둔감한 경제식견’을 다시 거론했다. 오바마는 매케인은 경제의 현실을 모른다며 중산층의 경제를 살리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승리를 가로막는 적은 방심이라고 되풀이 강조했다. 4일 새벽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도착한 오바마는 아침 일찍 두 딸을 대동하고 부인 미셸과 함께 시카고 시내의 한 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수십 명의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투표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등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매케인 후보는 역전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3일 오전 5시30분부터 22시간 동안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테네시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뉴멕시코 네바다 애리조나 등 7개주를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는 가는 곳마다 자신의 5년 반에 걸친 베트남 포로생활을 언급하며 매케인이 돌아왔다(The Mac is back)고 외쳤다. 나는 미국인이며,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또 오바마의 ‘부자들에 대한 증세’에 대해 오바마는 성공한 사람을 혼내려고 나왔지만, 나는 모든 사람을 성공하도록 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돈 유세지는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펜실베이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6개주는 지난 대선 때 모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던 곳이었다. 오바마가 적진을 탈환하는 데 마지막 날을 보낸 것과는 달리 그는 수성에 매달렸다. 그가 긴 여정을 접고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로 돌아갔을 때 미국 언론은 그의 유일한 희망은 이변이라고 적고 있었다.
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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