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자살 천인수씨 추모식서 UW여학생 울음 터트려
케인 홀 행사에 200여명 참석
한인친구 없어 정확한 사연 몰라
지난달 30일 워싱턴대학(UW)의 ‘붉은 광장’에서 분신 자살한 천인수(61)씨의 추모식이 12일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케인 홀에서 열렸다.
한인 수 십 명 등 시설관리국 소속 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추모식에서 대학 측은 천씨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추도식에 앞서 광장의 사건현장에는 많은 조화들이 장식돼 지나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진 우더드 UW 시설관리국장은 1947년 7월16일 한국에서 출생한 천씨는 1971년 부산대학을 졸업한 후 입대, 1973년에 제대하고 1977년 미국에 이민 왔다고 그의 경력을 소개했다.
그는 천씨가 애리조나주와 포틀랜드에도 거주했으며 노스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시애틀 퍼시픽대학에서 정치학 학위도 받는 등 학식이 높은 아까운 인물이었다고 애도했다.
알렌 도서관과 수잘로 중앙도서관에 이어 지난 8월말까지 패들포드 빌딩에서 근무했던 천씨의 가족은 포틀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추모식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우더드 국장은 천씨 사건은 ‘충격적인 비극’으로 자신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격려하며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설관리국에는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갖고 있는 여러 나라 출신의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차이를 더욱 이해하고 한 가족처럼 함께 일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날 추모사를 한 안광진 목사(형제교회)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 모두 기도하자”며 어려운 시기에 하나님이 함께 위로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천씨의 담당매니저였던 로널드 아히나는 “이번 비극을 빨리 잊고 싶지만 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이 창밖으로 빤히 내려다 보인다”며 한동안 울먹였다.
아히나는 항상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해온 천씨가 너무 깨끗하게 청소를 해 건물 이용자들이 좋아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천씨와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도 열심히 일하는 정직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추도식이 끝나기 직전 갑자기 나온 영문학 박사과정의 대학원생 앨리슨 그로스는 지난 2년간 거의 매일 건물 내에서 그를 봤고 대화도 자주 했다며 회고했다.
천씨의 환한 미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는 그로스는 왜 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문제를 상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울음을 터트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행사가 끝난 후 한인직원들은 천씨가 분신한 것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라며 “천씨는 해고당했다고 말했지만 대학 측은 부인한다. 하지만 우리로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천씨가 미국인들과는 잘 지냈지만 한인들을 만나면 미국에선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고집해 가깝게 지낸 한인들이 없고, 그의 사정을 자세히 아는 동료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정태기자 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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