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시대 3일째
비록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도처에서 무비자시대를 실감케 하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이나 미주 한인신문들은 무비자로 한국을 출국하거나 미국 공항으로 입국하는 한인들의 환한 웃음 짓는 모습을 기사와 함께 크게 싣고 있어 무
비자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11월부터 미주지역 항공예약률이 지난달보다 30% 늘어나는가 하면 지난 주말에는 평소 주말보다 미주여행에 대한 문의가 40%이상 늘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미주지역 취항편수를 늘리거나 곧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렇듯 무비자 시대는 침체된 미주한인사회 경기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그림자는 있다.
현재 무비자 시대를 맞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소위 불법체류자 증가 우려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이희철 부총영사는 “그동안 비자를 받을 수 없어 정상적인 입국이 불가능했던 사람들도 무비자 시대를 맞아 입국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들을 중심으로 불법체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총영사관 측은 “유흥업소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불법체류가 늘어나면 동포사회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과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불법체류 증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 부총영사는 “요즘 매일 아침 대책 회의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뚜렷한 결론은 없는 상태다”라면서 “본부의 지침에 맞추어 동포사회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는 원칙만 정해졌다”고 전했다.
소위 ‘기러기 부모’들도 무비자 시대의 그림자다.
지금까지 기러기 부모들은 대부분 관광비자로 들어와 최대 6개월 동안 체류하다가 한국에 다녀 오거나 아니면 유학비자(F1) 등으로 체류신분을 변경한 뒤 자녀들을 동거인 자격으로 공립학교에 입학시키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이번 무비자 프로그램 시행으로 한국에 들어갔다가 미국에 재입국하는 경우 관광비자의 유효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입국심사때 과거와는 달리 체류기간을 90일이상 주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자녀 뒷바라지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신규로 자녀를 유학보내고자 할 경우 학부모들은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서는 유학비자나 투자 비자 등 장기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내 기러기 부모의 수는 격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비자 시대로 미국내에서 체류신분 변경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타격을 받게 되는 곳의 하나가 바로 어학원이나 한인학교. 이들 어학원들은 그동안 기러기 부모들은 물론 합법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등록하는 사람들이 고객(?)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왔다.
일반 어학원에 비해서는 사정이 다소 다르지만 일반 학교도 비상이 걸렸다. 조지아 크리스찬 대학교의 정조감 부총장은 “솔직히 일단 수입 면에서는 다소 타격이 예상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정 부총장은 “그러나 우리학교의 경우 이미 6개월 전부터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 별 영향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 측은 한인뿐만 아니라 아시안 등 다른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 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면 무비자로 인한 타격은 거의 안받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호사 업계도 우려감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이민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의 경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민법전문 변호사들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체류신분을 변경하려는 고객들이 주를 이뤘지만 무비자 시대로 인해 앞으로는 이런 고객은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민법전문 변호사인 장유미 변호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체류신분 변경 불가의 효과가 이민법 변호사 업계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날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운 이민법 변호사업계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난국 타개책은 바로 한국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것.
장 변호사는 “나 자신은 아직 계획은 없지만 이미 상당수 변호사들이 한국내 업자와 파트너쉽을 맺으며 한국에서 비자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을 공략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무비자 시대를 맞아 한인사회 한 중진인사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경우 무비자 시대의 혜택보다는 오히려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무비자 시대 그림자의 대표적인 지역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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