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쇠고기 관련조항 조정 전제..오바마 수용여부 주목
재협상, 부속합의 구체적 방법 언급 안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가 최근 발간한 정책제안서에서 한미 FTA 비준을 주장, 주목된다.

대선기간중 오바마 당선인의 정책을 뒷받침했던 CAP는 최근 발간한 `미국을 위한 변화: 제44대 대통령을 위한 진보청사진’ 정책제안서 미국산 자동차와 쇠고기 수출 장벽 해소를 전제로 오바마 당선인에게 이같이 건의했다.

아이러 사피로 전(前) 미 무역대표부(USTR) 법률고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국제경제정책특보였던 리처드 새먼스는 경제정책 중 `변화하는 글로벌 도전에 대한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가 한국, 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FTA를 비준할 것을 주장했다고 정책제안서에 정통한 소식통이 19일 밝혔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집권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책제안서에서 한미 FTA 비준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지금까지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준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오바마가 이를 수용할 지 주목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피로 전 고문과 새먼스 전 특보는 그러나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 대한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할 것인지, 부속합의를 통해 FTA 내용 중 미국산 자동차와 쇠고기 관련조항을 조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는 않았다.

두 저자는 한국, 콜롬비아 등에선 이미 체결된 FTA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들 FTA 비준을 계속 미룰 경우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이 매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차기 미국 대통령과 무역대표는 이들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반대론에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미국내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한미 FTA의 경우 미국산 자동차와 쇠고기 수출 장벽 해소를, 미-콜롬비아 FTA에 대해선 노조에 대한 폭력저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보고서는 새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한국과 콜롬비아의 지도자 및 국민에게 왜 이런 문제가 중요한 지 설명할 것과, 의회와 미국인들에게는 경제 및 외교정책면에서 이 FTA 합의가 왜 중요한 지 설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보고서는 도하라운드 다자협상과 관련, 새 정부는 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가능한 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면서 가능할 것 같지 않으면 이를 되살리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새 무역대표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도하 라운드를 살려내겠다고 약속하게 하는 유혹을 버텨내야 한다면서 새로운 협상가들이나 미국의 새 대통령에 의한 정치적 의지의 행사에 의해 고쳐질 수 있는 실패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신에 차기 미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적 유대를 심화하도록 에너지·환경·의료산업·미디어 및 오락산업 등 분야별협정이나 지역협정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모든 657페이지 분량인 CAP의 정책제안서는 모두 56개 소주제 보고서로 구성돼 있으나 지금까지 10개의 소주제 보고서만 공개됐으며 `변화하는 글로벌 도전에 대한 대응’ 등 나머지 보고서는 내년 1월초에 일반공개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