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뒤에는 훌륭한 조언자들이 있었다. 오바마의 일거수일투족에 방향타를 제시하고, 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항상 의논상대가 됐던 밸러리 재럿, 변화와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선거운동을 도배시키며 오바마 캠프의 제갈공명 역할을 해낸 수석 전략가 데이빗 엑설로드가 바로 그들이다.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전처럼, 대학입시 현장도 학교 카운셀러, 교사, 선배, 주변의 그 누구든, 정확한 정보와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전쟁터로 변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들을 찾아 나서지를 않는다. 대학진학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현명한 사람, 즉 인생의 방향타를 제시해주고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직면한 문제마다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신뢰감이 가는 조언자가 아쉽다.
이타카 왕국의 황제인 오딧세이가 트로이 전쟁에 출장하면서 멘토(Mentor)라는 이름의 친구에게 자신의 아들 텔라마쿠스의 뒷바라지를 부탁하자, 오딧세이 왕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 10년 동안 멘토가 텔레마쿠스를 친아들처럼 여기며 상담자, 친구, 아버지 역할을 해준 것처럼 말이다.
‘일분 교사’라는 책에서 스펜서 존슨은 똑같은 재능을 가졌어도 멘토가 있고 없고 에 따라 직장에서의 승진과 사회에서의 성공이 달라진다고 피력했다.
멘토를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오프라 윔프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교사 던칸, 콜린 파월은 아버지 루터 파월, 월터 크롱카이트는 고교 저널리즘 교사 프레드 버니, 덴젤 워싱턴은 선배 영화배우 시드니 포이티어, 탐 브로커는 초등학교 선생님 프랜시스 모로를 멘토로 삼고 자신들의 인생 이정표를 세워 나갔다.
현대 교육 시스템을 지나야 하는 학생들에게 멘토는 필수조건이다. 1:1 또는 소수를 가르치던 과거의 엔사이클로피디어(백과사전) 식 교육과는 달리 수십, 수백 명을 상대로 진행되는 콩나물 교실 수업에서는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엔사이클로피디어’의 피디어는 파이데이아 (교육), 엔사이클로는 고리모양으로 둘러싸인 것을 뜻한다. 즉, 한명의 학생을 조언자, 참모, 멘토, 사부 등으로 불리는 사람이 학생의 주위를 맴돌며 지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요즘 교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끓어오르는 계란 국처럼 차고 넘치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참여하기 보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이베이,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채팅을 하기 일쑤고, 셀폰으로 문자를 보내느라 정신 없다.
이런 문제로 시카고 로스쿨은 강의실에서 노트북 사용 금지령을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자신의 생각을 짜내야 하는 일대일 또는 소그룹 토론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1922년, 이안 해밀톤은 영국군 조직체계를 연구한 결과, 한 리더가 3~6명 이상을 통솔하면 그룹의 효율성과 개인의 성취가 극감하는 것을 관찰한 후, ‘관리의 한계 (span of control)’를 처음으로 주장했다.
교육에 접목 시키면, 수백 명씩 듣는 초대형 강의는 가장 비인간적, 비효율적인 것으로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혼자 책을 보는 게 낫다는 뜻이 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에 필요한 자기 소개서 제대로 못쓰고, 인터뷰에서 얼버무리며, 오히려 무식해졌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대중교육 시스템에 희생되어 자신을 해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1 멘토 앞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