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에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묘안은 무얼까.
요즘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가 고심하고 있는 화두다.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의 조쉬 어니스트 대변인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행사가 단순히 선거승리를 축하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를 축하하는 방향으로 행사기획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경제난 시대에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리더십을 보여주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일단 취임행사에 가급적 많은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취임식 축제 행사 기부금 상한액을 과거 부시 대통령 때의 25만달러에서 5만달러로 축소했다. 취임 축하연이나 파티 행사 비용은 대부분 개인 모금으로 충당되며, 정부 예산은 공식 행사와 경비쪽에 집중 배정된다.
준비위측은 특히 과거 어려운 시기에 이뤄졌던 취임식의 전례도 참고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당선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을 맞으며 취임식장에서 백악관까지 걸어서 입장했고, 저녁에 열린 취임 축하 만찬의 음식도 간소한 음식을 주로 내놨다. 취임식이 제왕의 대관식이 아니며, 대통령이 땅콩 농장 농부와 같은 평범한 보통 사람임을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2005년 부시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은 9.11 테러이후 이라크전쟁이 계속되던 상황에 거행됨에 따라 모든 행사에 미국은 현재 전쟁중이란 면을 부각시키려 애썼고, `군통수권자 연회’에는 2천여명의 현역 장병 및 가족들이 초대됐다.
준비위측은 특히 대공황 이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통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며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준 사례와 81년 경제위기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가던 국민들에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감 회복을 강조한 사례 등도 참고하고 있다.
취임행사를 빛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도 만발하고 있다. 스티브 그로스맨 전 민주당 전국위의장은 취임식을 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희생을 주문할 수 있는 유용한 장인 만큼 경제난 극복을 위해 단합을 할 것을 요구하고, 케네디 대통령의 `아폴로 계획’과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라고 조언했다.
텔레비전 프로듀서인 해리 톰슨은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십분 활용한 인터넷을 이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취임행사에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경제난 속에 퇴색돼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취임 당일 워싱턴 시내에 500만명에 몰릴 것으로 예측되어 지난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 취임식때 120만명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나, 취임식 행진에 부시 대통령의 재선 취임때 400여개 단체 보다 3배가 넘는 1천300개 그룹이 신청을 한 점은 이를 반증해 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모기지 브로커를 하는 한 예브티 윌리엄스처럼 주택 가격 폭락으로 집안 재정사정이 최악이지만 만사 제쳐놓고 취임식에 온 가족이 워싱턴에 갈 것이라고 하는 열성 지지자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유에스에이(USA) 투데이가 4일 전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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