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동차 3사(빅3)에 대해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해 도산위기를 모면하게 해준다고 해도 이들 업체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 업계나 부품을 제조·공급하는 중소업체들은 줄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빅3’가 구조조정을 위해 딜러망의 대규모 감축을 천명하고 나선데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부품업계도 극심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연쇄 도산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자동차 부품업계의 줄도산은 빅3 뿐 아니라 미국내 생산공장을 가진 외국 자동차 업체들도 부품공급 차질을 겪으면서 자동차 업계 전체를 뒤흔들 파괴력을 가진 ‘후폭풍’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캘리포니아주 신차딜러협회의 회장이자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인근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시보레 험머 딜러숍을 운영하는 데니 피츠패트릭은 9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빅3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전망이 밝아지자 좀 부드러운 밧줄로 교수형을 당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자동차업체와의 계약관계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업체들이 의회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너나없이 ‘딜러망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앞으로 딜러 사업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신세를 빗댄 말이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신차딜러 2만770곳 중 올해 말까지 900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또 내년에 문을 닫는 질러가 수 천곳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M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딜러 수도 지난 2000년 8천150개에서 6천400개까지 줄어든 상태이며, 의회에 제출한 이번 자구계획에서 GM은 앞으로 3년간 이를 4천700개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빅3의 딜러망 감축만으로도 앞으로 미국 경제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딜러에만 100만명의 직원이 고용돼 있고 이들이 내는 세금이 각 주 정부 판매세수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파괴력은 부품업계도 마찬가지다.
고유가로 촉발된 자동차 판매 부진은 이제 비단 자동차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빅3가 정부지원을 받아 도산위기를 넘기더라도 매출 부진은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이 때문에 상당수 부품공급업체가 도산하는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품업체들의 도산은 주 정부들의 세수와 일자리 감소 등은 물론 해외 자동차 업체가 가진 미국 내 조립공장의 조업 차질로도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GM의 북미지역 부품공급업체중 58%는 아시아 업체들의 미국 내 공장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크라이슬러는 이 비율이 59%, 포드는 65%에 달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북미법인의 마이크 고스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부품공급업체를 자세히 조사해 생산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이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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