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말 당시 교회협의회 회장이었던 김정호 목사(애틀랜타 한인교회)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인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오피니언 리더의 부재”를 지적한바 있다.
김 목사는 “책임있는 실력자 그룹이 나서서 한인사회를 고비마다 이끌 때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보다 성숙된 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한인사회는 얼마나 성숙됐을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이에 따라 업소수도 급속도로 늘었지만 내부적인 성숙도면에서는 만족할 만한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5년간 한인사회에는 굵직한 사건이나 이슈가 수 차례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김 목사의 표현처럼 “책임있는 실력자 그룹이 나서서 고비를 이끌기” 보다는 수수방관하는 행태를 보였다.
2008년 조지아를 비롯해 전국에 불어닥친 대선열풍은 주류사회에 한인사회의 존재를 알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조지아주 연방상원의원선거에서 민주당의 짐 마틴 후보를 지지했던 한 한인인사는 “한인사회가 좀 더 조직적으로 대선이나 지역선거를 이용하는 면이 부족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조지아주 의회가 지난 회기 동안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반이민 성향의 법안들을 쏟아 내는 동안 히스패닉 등 타 이민사회는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였지만 한인사회는 거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
일부 법안에 대해 한미연합 애틀랜타지회(KAC)가 반대서명운동을 벌였지만 형식적인 차원에 그치고 말아 여전히 한인사회는 중요 이슈에 대해 아웃사이더일 수 밖에 없었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한인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던 이들 사건과 이슈를 주도적으로 해석하고 이끌만한 인물과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부재와 관련 김 목사는 “이런 문제들을 이끌어 나가는 데는 소위 초기세력이 효과적”이라면서 “그러나 애틀랜타는 최근 들어 유입된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런 인물이나 단체가 형성되기는 사실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전문가 그룹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웨스턴 캐롤라이나 대학의 하인혁(경제학)교수는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인구도 늘고 단체도 많이 늘어 났지만 정말 전문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단체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다원화되고 있는 요즘에 특정 사건이나 이슈가 발생해도 권위를 갖고 이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 그룹과 관련해 김 목사는 “없는 것이 아니라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인사회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선거에서 주 법원 판사로 출마한 바 있던 이정헌 변호사는 “변호사, 의사 혹은 기타 전문직종에 있는 한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한인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 하는 경향이 짙다”며 김 목사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다행히 2008년은 한인사회 오피니언 리더의 부재와 관련 다소 희망을 보여주었다,
2008년 상반기 한국에서 비롯돼 전 미주 한인사회에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쇠고기 파동와 관련해 애틀랜타 한인회는 일반 동포들의 여론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 입장을 천명해 많은 한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인회 은종국 회장은 “분명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대변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힘에 버거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한인사회가 대내외적으로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중심축이 형성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수면 아래에 있는 전문가 집단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한인회 은회장은 “한인회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한인사회가 전문지식과 식견을 같고 있는 그룹들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