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홍(C2교육센터 교육 카운셀러)
성차별 없는 기숙사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본래 남녀구별 없는 자웅동체(androgynous)의 모습을 가졌다. 양성을 동시에 가진 인간은 무서운 힘과 기발한 생각을 발휘해 수시로 신들을 공격했다. 인간들의 반항으로 곤경에 빠진 신들이 회의를 열어 인간을 제거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자 제우스 신이 묘안을 제시했다.
인간을 남녀 둘로 쪼개어 힘과 생각은 약하게 만들고, 숫자는 늘려서 신들을 융숭하게 대접하게 하자는 방법이다. 그 이후, 남자와 여자로 나뉜 인간은 다른 반쪽을 사모하며 예전처럼 한 몸이 되려고 몸부림을 치게 되었다.
영어 단어 ‘sex’는‘끊어 갈라놓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sectus 에서 유래한다. 즉, 섹스는 ‘강제로 나뉜 자신의 반쪽을 찾아 한 몸이 되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갈라진 남녀 사이에는 자석같이 서로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있어 빈번한 접촉사고(?)를 일으킨다. 지난주 카이로 라디오(97.3FM)가 이런 접촉사고를 유발케 하는 대학 기숙사의 현실에 대해 열띤 토크쇼를 벌였다.
다트머스, 브라운, 브랜다이즈, 스와스모어, 유펜, 칼텍 등 30여 대학 기숙사에서 남녀가 방을 같이 쓰게 허용하고, 하버드, 시카고는 고려중인 것에 대한 찬반론이 바로 그것이다.
남학생, 여학생 방을 한 빌딩 안에 두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한 방에 기거하게 하는 것을 좋게 표현하면 ‘성차별 없는 기숙사’라고 하겠지만 결국은 혼숙(混宿)이다.
레즈비언 학생이 동료 여학생과 지내는 것이 어색하다는 불평과 게이가 다른 남학생과 한방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호소, 신입생 남동생과 같이 지내고 싶다는 졸업반 여학생, 약혼자와 함께 지내고 싶다는 결혼을 앞둔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 대학 기숙사에서 남녀가 한 방을 쓰도록 허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1989년 영화‘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해리는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혼숙을 하는 요즘 대학생들은 이성이지만 친구처럼 생각하고 같이 있으면 편한 상대이기에 성적 유혹에는 빠지지 않는다며 ‘좋다’고 대답한다.
플라톤적인 사랑, 즉, 남녀간의 육체 관계없이 정신적이고 영혼적이며 이성(理性)적인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적유혹 이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대학들로 하여금 혼숙까지 허용했을까이다. 그것은 페미니즘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60~70년대의 페미니즘은 남자와 여자가 생리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추구했다.
이에 비해, 최근 주목 받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생물학적 성별 조차 부인한다. UC-버클리 교수 쥬디스 버틀러는 “여자 남자로 나뉘는 생물학적 성은 사회의 인식, 전통, 관습에 의한 ‘이름 붙이기’로 정해진 것이다. 인간의 선택에 의해 변화되는 성별(gender)은 항상 변화되어 왔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별을 아예 없애버리는 노력은 예일대학 해체주의 문학 이론가 폴 드만이 남자 여자를 ‘he, she’라고 표기하지 않고 ‘it’ 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나타난다.
남녀가 ‘it’로 존재한다면 혼숙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자연스런 결론이다. 이것이 우려되는 학생과 부모는 대학 측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아니면, 각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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