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카드 빚
　
　“여보, 현금 가진 것 좀 있어?”1949년, 뉴욕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손님접대를 위해 메이저 그릴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당황하여 옆에 앉은 부인에게 물었다.
　다행이 부인 선에서 음식값이 해결되었지만, 그날 이후 맥나마라는 주머니에 현금이 없더라도 비즈니스에 차질을 주지 않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변호사 프랭크 스나이더와 머리를 짜낸 후, 1950년 2월 처음으로 다이너스 클럽 회원권을 판매하여 메이저 그릴에서 처음으로 후불이 가능케 되었다.
　그 후 1958년에 여행경비를 후불 결재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생겼고, 그 다음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모든 상점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카드를 발매했다.
　이렇게 편리함을 위해 시작된 크레딧카드가 최근 들어 일부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생 일인당 평균 카드 빚이 4천 달러를 웃돌고, 졸업 때가 되면 2~3개의 카드를 소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카드를 12장씩 갖고 3만 달러나 되는 빚에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대학생까지 등장하는 상황이 됐다.
　원인제공 일인자는 공교롭게도 대학자체에 있다. 한 예로, 미시간 주립대는 재학생의 이름과 주소를 내주고 뱅크오브아메리카 크레딧카드 회사로부터 향후 11년간 2,5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을 했고, 대부분 대학들은 운동 경기 때마다 카드회사들이 담요, 커피 컵을 홍보물로 내놓고 학생들에게 카드신청을 유도하는 것을 허용한다.
　대학생은 크레딧카드 회사들이 노리는 최고의 고객이다. 그들은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다달이 페이오프를 하지 못하고 이자를 물며, 또한 빚이 쌓이더라도 결국은 부모가 갚아주기에 은행이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카드회사가 그들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학생의 씀씀이 버릇에 있다. 강의실에서는 알프레드 마샬의 ‘경제학적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캠퍼스만 나서면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사회 방정식에 쉽게 휩싸이는 것이다.
　그들은 조용히 앉아 공부하고 싶어도 광고 홍수로 인해 빈 공간과 시간이 남아있지 않은 비즈니스가 주도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가 내게 쾌락을 준다. 목표가 소유라면 나는 더욱 많이 소유할수록 더욱 존재가 확실해지므로 나는 탐욕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 하는…” 분위기 속에 있다.
　소유가 존재를 결정하는 소비문화에서는 “나는 다르다”라는 심리적 우쭐감, 남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경쟁심,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체면의식, 남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를 동원해서 품위 유지를 해야 한다.
　그곳에서는 실용적이고 편한 옷이 아닌 아보크롬비를 입어야 하고, 그냥 운동화가 아닌 나이키를 신어야 하고, 보통 청바지 보다는 시티즌스 오브 휴매니티 또는 허드슨을 입어야 행세할 수 있다.
　문화 비평가 폴 퍼셀은 ‘바보가 돼가는 미국’에서 “거짓으로 근사하게 치장하지 않고서 미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그런데, 내용보다 포장을 중요시 하는 사회에서 과장은 필수다. 과장에 필요한 것은 존재에 대한 사유보다 소유다.
　소유 정도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비평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워야 할 대학이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는 교양을 비판과 타도의 대상으로 전락시켰고, 대학생들을 바보공화국 건설의 앞잡이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