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두번씩이나 하는 해프닝을 연출했지만 취임선서를 두 번한 대통령은 한둘이 아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20일 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헌법에 명시된 취임선서 문구의 순서를 뒤바꿔 선서를 주재한 탓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21일 백악관을 찾아 다시 선서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성경책없이 선서 의식이 이뤄졌다.
그러나 취임선서를 두 번한 것이나, 성경책없이 선서를 한 것은 오바마가 처음이 아니며, 과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선서 사례를 들여다보면 웃지 못할 진기록이 수두룩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처럼 취임선서 문구를 낭독하는데 약간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 취임의 효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미 의회의 기록과 의회도서관의 자료 등에 따르면 1901년 취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성경책없이 선서한 것으로 돼 있으며 1963년 존 F. 케네디의 암살 직후 린든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황급하게 대통령 취임선서를 할 때는 가톨릭 미사전례서에 손을 얹고 선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취임선서 때 성경책에 손을 얹고 하는 것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때부터 내려오던 전통이며 연방 헌법에는 성경책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취임선서를 두번씩 한 대통령은 오바마를 포함해 모두 7차례나 된다.
러더퍼드 헤이스, 우드로 윌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등 4명은 일요일에 대법원장 앞에서 미리 취임선서한 후 다음날인 월요일 의사당 앞에서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적인 취임식을 가지면서 취임선서를 한차례 더 한 경우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취임식 날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전에는 3월4일로, 그 이후는 1월20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날이 일요일일 경우 취임식은 월요일로 미뤄졌으며, 이 때문에 이들 4명은 헌법에 따라 일요일에 먼저 취임선서를 하고 다음날 대중앞에서 형식적으로 선서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셈이다.
1881년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총탄에 맞아 몇달간 병석에 누워 있다가 9월20일 새벽에 숨지자 당시 체스터 아서 부통령은 뉴욕의 자택에서 꼭두새벽에 취임선서를 했으며, 이틀후에는 의사당 앞에서 다시 정식으로 선서를 했다.
1923년 8월3일 새벽 워런 하딩 대통령이 숨지자 당시 버몬트의 고향마을을 방문중이던 캘빈 쿨리지 부통령은 고향 집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쿨리지는 선서 당시 성경책에 손을 얹지 않았는데 버몬트에서는 공무 선서 때 성경책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에서였다.
쿨리지는 그러나 공증인인 자기 부친의 주재로 취임선서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자 나중에 연방 대법관앞에서 다시 취임선서를 해야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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