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시애틀 강연회서 지적
토목공사 위주 투자 지양해야
올해안에 불황 바닥치기 힘들 것
한국 경제위기의 단기 해결책은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사진)이 강조했다.
정 전총장은 지난달 31일 ‘세계겅제 위기와 한국경제 전망’ 이란 주제로 시애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 및 미국 경제가 올해 안에 불황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주 한인 상공회의소(회장 김영민)와 워싱턴대학(UW) 한국학 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날 강연에서 정 전총장은 한국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은행들에 공적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은행 수뇌부들이 문책이나 경질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총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경기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시행돼야 하는데 현 상태로서는 일반 소비자, 기업, 외국(수출)의 구매 능력이 현저하게 허약한 상태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현 정부가 단기적 성과에 집착, 토목공사 등에 지출을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교육 ▲의료 및 보건 ▲복지 등의 분야에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총장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온 후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성장 잠재력’을 제고 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경제정책도 현 시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성장 잠재력 확보의 관건은 ‘연구개발비(R&D) 확대’ 와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 확보’다.
그는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를 인용해 한국의 R&D 투자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단기적 성과에 집중 투자되고 있고 그나마 기초보다 응용분야에 몰려 있는 것이 문제라며 기초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첨단기술을 구현해 낼 수 없고 결국 불황을 빠져 나와도 성장동력을 얻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총장으로 부임한 후 존 라크가 1693년 저술한 ‘교육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을 되풀이 정독하며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었다고 밝힌 정 전 총장은 “체력, 위기 관리능력, 창의력, 대담함이 우선된 후에야 학습효과가 배가된다며 시험성적이나 등수에 연연하지 말고 독서와 작문에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미국 경제가 언제 바닥을 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미네르바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고 답해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낸 후 “확실한 한 가지는 올해 안에 미국이나 한국경제가 불황을 돌파하지는 못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불황이 대공황 시절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정부의 시장간섭에 대한 저항이 많았던 당시보다 일반인들의 경제 관념이 많이 깨어있어 대공황과 같은 사태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전 총장은 인구 5천만 명 이상,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인 국가가 한국을 포함해 단 7개국 밖에 없지만 한국이 선진 경제대국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격(國格)’을 인정받지 못하는 반증이라며 남을 배려하고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 개개인 인격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국격을 높이는 작업도 향후 10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락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