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메리-코리안이예요”
한류에 매료돼 한국 TV드라마 수백편 섭렵
“압력밥솥에 고구마 쪄먹는 맛 기막혀요”
‘그들이 사는 세상’ ‘너는 내 운명’ ‘바람의 나라’ ‘내사랑 금지옥엽’…
요즘 서북미에서도 인기 속에 방영되고 있는 이런 한국 TV 드라마의 줄거리를 한인보다 더 잘 꿰뚫는 벽안의 시청자가 있다. 워싱턴대학(UW) 입학처의 폴라 쉴즈(53) 홍보담당 매니저가 장본인이다.
UC-버클리 졸업 후 23년간 줄곧 UW에 몸담아오고 있는 쉴즈 매니저는 작년 봄 교환교수로 한국을 방문한 남편과 함께 서울에 단기 체류하며 겪은 ‘황홀한 경험’을 열을 올리며 털어놨다.
쉴즈는 7년 전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우연히 코앰TV에서 한국 드라마를 접한 후 홀딱 반했다고 말했다. 요즘도 남편인 E. 웨인 카프 교수(퍼시픽 루터란대학, 미국사)와 함께 한국 드라마 보는 재미에 산다고 덧붙였다.
쉴즈는 한국 드라마의 돈독한 가족관계, 개성적인 연기, 줄거리 전개, 배경 문화 등에 매료돼 한국TV는 물론 한국드라마 전문사이트인 ‘마이소주닷컴’을 뒤지며 드라마를 즐긴다고 밝혔다. ‘밋밋한 미국 드라마는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사극·드라마·미니 시리즈를 보며 한국을 동경하게 된 쉴즈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한국도 단기간 여행보다는 전국을 구석구석 찾아 다니며 진면목을 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병’에 걸린 이들 부부의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 남편이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영어로만 강의하는 연세대 언더우드 칼리지에서 강의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2월 서울에 도착한 쉴즈는 남편이 대학에 출강하는 동안 외국인 정착지원시설인 강남 역삼동의 글로벌 빌리지 센터에서 매일 2시간씩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
겨우 4개월 정도의 짧은 한국 체류였지만 쉴즈 부부는 틈나는 대로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의 진수를 맛봤고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는 등 ‘아메리-코리안’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울도착 1주일 전 남대문이 화재로 소실됐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안타까웠다”는 쉴즈는 이후 남대문이 복원되는 과정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아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보여주고 있다.
쉴즈는 작년 6월 귀국 길에 올라 시택공항에 도착했을 때 슬펐다며 50년 넘게 살아온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거꾸로 ‘문화충격(cultural shock)’을 느껴 몸살을 앓았다고 익살을 떨었다.
타코마에 거주하는 쉴즈 부부는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해 요즘도 매주 팔도식품 내 식당에서 순두부를 먹으며 한국의 맛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바나나우유를 매일 먹었던 남편은 그 맛이 그리워 한국 마켓에서 팩에든 바나나우유를 사 먹어봤지만 그 맛이 아니라고 했다.
쉴즈는 남편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음식을 크게 걱정했지만 막상 도착한 후 떡 만두국·비빔밥·삼계탕 등을 너무 잘 먹어 탈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도 압력밥솥에 밥도 하고 고구마도 쪄먹는 맛이 기막히게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UW 사무실 벽에 태극기를 보란 듯이 걸어놓고 있는 쉴즈는 “나는 한국 시민”이라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서슴없이 표현한다. 물론, 그는 순수한 미국인이다.
쉴즈는 올 봄에 다시 한국을 잠시 방문, 그리운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한국음식도 먹어보는 등 한국을 다시 느끼고 돌아올 예정이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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