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급등’ 희비 쌍곡선
▶ 한국 송금 계좌개설 급증…환차익 노리는 뭉칫돈도
환율급등세가 지속되자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 대 원화 환율은 지난 1주일 사이 무려 150원 폭등하면서 지난 주말에는 1,543원까지 올랐고 2일에는 1570원대까지 올라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연일 환율이 급등하자 한인사회 한편에서는 오른 환율로 인해 울상을 짓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표정관리를 하느라 바쁘다. 그런가 하면 한국으로 보내는 송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먼저 환율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쪽은 이른바 기러기가정과 유학생.
현재 4학년과 11학년 두 아들을 데리고 5년째 ‘기러기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주부 임 아무개(48,스와니 거주)씨는 요즈음 애들을 데리고 귀국하는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임씨는 “남편이 미국에서 생활비가 줄지 않게 더 많은 돈을 보내주고 있지만 어려움이 한 두 가지 아니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임씨는 “남편이 지난 주에는 환율이 너무 올라 앞으로 떨어질 것을 예상해 송금시기를 미뤘는데 오히려 더 상황이 나빠졌다”면서 “한국에 있는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씨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들 유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귀국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게인스빌 컬리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유학생 조 아무개(26)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더욱 힘겹다.
작년 말부터 올라가기만 하는 환율만 쳐다보면 한숨만 나오기 때문이다.
조씨는 보통 아침 9시부터 클래스를 수강하고 3시 정도에 수업이 끝나면 채 쉴 시간도 없이 곧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본 식당으로 달려간다. 일식당에서 데빵쉐프로 파트타임을 뛰고 있는 조씨는 수업이 있는 평일에는 5시경에 일을 시작해 5시간 가량 일을 한다. 그렇게 눈코 뜰새 없이 학교와 일터를 오가고 있지만 현재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조씨는 “그나마 가끔씩 한국에서 보내오던 돈 마저 뚝 끊긴 상태에 되려 한국으로 조금이라도 송금해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하는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경우처럼 유학생들에게 파트타임 일이 예전에는 선택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활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이 돼버렸다.
현재 머서대학 부설 랭귀지센터에서 어학연수 중인 또 한 명의 유학생 윤 아무개(24)씨는 다음 세션 베케이션 신청을 신중히 고려 중이다. 작년 말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용돈을 충당해 왔지만 현재는 너무 올라버린 환율 때문에 학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이에스엘 인스트럭션 앤 컨설팅 대표 샌드라 앵건은 “한국학생 비율이 작년 같은 시기 대비 30%가 넘게 줄어들었다”고 밝히며 “이 시기쯤이면 여름방학시즌 단기 어학연수를 문의하는 한국 학생들이 최소 10명 정도는 있었는데 현재는 그조차 드문드문한 상황”이라며 한국 학생이 환율로 인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이들 기러기 가정들과 유학생들과는 달리 한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는 한인들이나 업체들은 환율상승이 마냥 즐거울 뿐이다.
대형한인식품점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들은 애써 그 효과가 크지 않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형한인식품점의 한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가격이 싸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생각보다 환율상승으로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환율상승 이전의 가격으로 계약한 경유가 많아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인하요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환율상승사태가 지속되면 그 때는 수입가격인하에 따른 판매가격 인하 요인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업계도 환율상승의 수혜자다..
스와니 서울국제여행사 이경훈 대표는 “환율의 영향으로 한국으로의 여행 수요가 늘었다”며 “달러 가치가 좋기 때문에 쇼핑이나 부동산 매수의 목적으로 한국으로 가는 여행객 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상황을 전했다. 이 대표는 또 “현재 미국 내에서 티켓을 구입해 본국에 있는 친지에게 선물들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 이에 따라 여행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1~2주 전부터 환율이 다시 요동치자 한국송금도 급증하고 있다
제일은행 임은혜 본점 지점장은 “전에는 하루 평균 12건 정도에 불과하던 한국송금 건수가 최근에는 최고 50건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금액과 관련해서 임 지점장은 “대부분은 수백 달러에서부터 수천 달러 정도의 소액이지만 간혹 환차익을 노리고 수만 달러 규모의 돈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의 강경오 대리도 “한국송금을 위해 한국계좌 개설신청을 하는 경우가 하루에 50여 건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리는 “최근에는 환차익을 위해 수십만 달러의 돈을 한국계좌로 보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면서 최근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 투기가 확대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주한 김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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