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박 미용실대표
“제가 가장 잘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오후 느즈막히 도착한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 이발 중이신 백발의 어르신과 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대학생과 아주머니. 어찌보면 한국의 동네 미용실 같기도 하고, 사랑방 같기도 한 풍경이다.
지난 8월에 문을 연 후 벌써 개업 7개월째에 접어드는 윈디 미용실(2525 W. Anderson Ln. Gallery Salon #B-3. Austin, TX 78757). 얼마 전, 어스틴 한인 노인회에 $700 상당의 무료 이용권 30장을 기부하여 화제가 된 윈디 박씨를 그녀의 일터에서 가장 바쁜 시간에 만났다.
★어스틴 한인사회 일원으로 보탬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
“제가 어스틴에 정착해서 미용실을 연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어요. 솔직히 처음엔 텃세도 심하고, 인터넷에 악의적인 비방도 많아서 괴로웠어요. 그러다 딱 3개월만 참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점점 입소문으로 단골 손님들도 늘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래, 어스틴에 자리를 잡자. 이제부터 여긴 내 고장이다’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니 주변도 돌아보게 되고, 저도 어스틴 지역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보탬이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어 그녀는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30년간 헤어 디자이너로 일해 왔어요. 경력 30 년 헤어디자이너가 가장 잘하는 게 뭐겠습니까. 제가 가장 잘하는 일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일이잖아요. 한국에서도 그동안 주욱 독거노인이나 고아원생들을 위해 무료봉사를 해왔었는데, 마침 이 곳 어스틴에 노인회관이 새로 문을 연다고 해서 축하도 할 겸 노인분들께 봉사도 할 겸 기부를 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일년에 한 번씩은 꼭 이런 노력을 이어나갈 생각이예요.”
★경기 어려워도, 처지에 맞게 도움을 주면 그게 옳은 것.
경기 침체는 어스틴에도 몰아쳤다. 확실히 삼성 주재원이나 가족들도 그 수가 줄었고, 씀씀이도 줄었다고 한다. 이 어려운 때에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물품을 선뜻 기부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미용실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윈디 박씨가 손님들을 모두 상대하고 있었다. 무료 이용권을 들고 오면 당연히 그 시간동안 예약손님을 못받을테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수입과 연결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경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예요. 그렇다고 남에게 내밀던 손 내 호주머니에 도로 쑥 집어넣을 순 없는거 아니겠어요? 어려워도 처지에 맞게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나누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요즘 봉사 차원에서 미용교실을 하고 있어요. 몇몇 분들께서는 벌써 제게 헤어컷까지 다 배우셨어요.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처음 가게를 들어섰을 때 느꼈던 한국의 ‘동네 미용실’처럼 친숙한 느낌을 전했다. 그랬더니 “저는 노인분들이 여길 찾는게 좋아요. 제 아버지, 어머니 같아 더 잘해드리려고도 하고요. 솔직히 우리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쑥쓰러워 하시는데, 여기 미용실 오셔서 아주머니들이나 여학생들하고 말씀도 나누시고 하시다보면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그렇게 여기가 교류의 장이 되는거죠.”라며 밝게 웃는다. 이날도 윈디 미용실을 찾는 고객대는 다양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젊은 주부부터 노인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었다. 그만큼 윈디 박씨의 솜씨도 다양하고 손놀림도 바쁘다. 윈디 박씨는 “헤어컷은 물론 자신있고, 매직퍼머도 잘 한다고 다들 만족해 하세요. 손님 중에 학생분들이 많은데 환율도 너무 높고 다들 힘들잖아요. 그래서 매직퍼머 같은 건 비교적 저렴하게 해드리고 있어요. 또, 원하시는 헤어스타일을 뽑아서 들고 오시면, 그대로 해드려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용실 벽에는 미국 영화배우의 사진부터 한국에서 요즘 가장 인기가 많다는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준표’의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
“어떤 분들이 인터넷에 불만의 글을 올리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런 항의성 전화나 방문을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라면서 이 말만은 반드시 싣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혹시라도 제 서비스에 불만이 있으시면 언제든 꼭 다시 찾아주세요. 성심성의껏 다시 해드리거나 환불까지도 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어스틴 시민으로 또 어스틴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우리 주변을 도와가며 당당하게 사업을 펼치고 싶다는 윈디 박씨의 넓은 마음 씀씀이와 포부가 느껴지는 훈훈한 만남이었다. 나눌 수록 더욱 즐겁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남까지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의 말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리라 여겨진다. ▶ 문의 : (512)407-3622, (512)608-1170
<어스틴지국=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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