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비밀
시장에 가서 콩나물, 두부, 과일, 고기 등 원하는 물건을 모두 구입한 여자를 여섯 자로 줄이면 ‘볼 장 다 본 여자’가 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뉴욕에서 뉴델리까지 곳곳에 영향력을 끼치며 볼 장 다 본 여자처럼 사는 두 명을 고른다면 아마도 힐러리 클린턴과 바바라 월터스가 될 것이다.
힐러리는 어릴적부터 잘난척 하는 아이로 주위의 눈총을 받았지만 막상 본인은 자신이 특별히 똑똑하지 않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10학년 때 상위성적을 유지하려고 친구들 몰래 두 배 이상의 노력을 했고, 1965년 웰슬리 대학에 진학해서는 첫 학기부터 신경쇠약 증에 걸릴 정도로 의기소침했다. 그 당시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남학생 지원자만 뽑았기 때문에 똑똑하다는 여학생들은 모두 웰슬리로 몰리는 시절이었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 지내며, 경쟁의 벽이 너무 높은 것을 느낀 힐러리는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도움 덕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거기 그대로 있어라”는 어머니의 훈계, 그리고 고교시절부터 멘토로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준 단 존스 감리교 목사의 조언이다. 특히, 존스와는 20년 이상을 서신교환을 하며 자신의 문제, 인간의 본성과 갈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루윈스키와의 염문으로 인해 남편 빌 클린턴이 탄핵의 대상이 되었을 때도 조언을 구했다.
아라펫, 베긴, 카스트로, 키신저 같은 세계적인 정치인들, 달라이 라마, 존 웨인, 엔제리나 졸리, 다이애나 왕비 같은 유명인들을 인터뷰하며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TV 앵커를 맡은 바바라 월터스의 어린 시절은 평범 그 자체였다. 고교를 졸업하며 바바라는 세군데 여자대학에 지원했다. 가장 가고 싶은 웰슬리, 안정권으로 생각한 펨브록, 그리고 자유분방하며 진보적인 사라로렌스 대학이다. 웰슬리는 바바라를 대기자 명단에 올렸고, 펨부록은 불합격 통지서를 보냈고, 사라로렌스만이 러브콜을 했다. 하지만, 세번째 옵션이었던 사라로렌스 대학이 후에 그녀를 최고의 앵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5~10명이 둘러앉아 진행되는 토론식 수업에서 처음에는 수줍음으로 고전했지만, “바보 같은 질문, 어설픈 대답”으로 헐뜯기 보다 여학생들끼리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바바라는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 “사라로렌스에서 인터뷰 기술을 배웠다”고 고백한 바바라는 소그룹 토론을 통해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등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터득 한 것이다.
볼 장 다 보게 된 두 여자가 공통적으로 고백한 것은 “남학생이 없는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것은 심적인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남학생들간에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수업시간에 입다물고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 둘 다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거나 똑똑한 여자들은 아니었다. 또한, 힐러리는 남편의 바람기, 바바라는 3번의 이혼과 자녀들과의 험난한 관계를 이겨내야 했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남다른 자아성취를 이룬 비밀은 무엇일까. 그들의 끝없는 집념이다.
단독으로 북극권을 횡단하고, 에베레스트와 5대륙 최고봉을 섭렵하고, 아마존 강 6,000km를 뗏목으로 주파한 우에무라 나오미, 그리고 실크로드 전체를 걸어서 여행한 프랑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어떤 외적인 보상보다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집념에서 그랬다. 힐러리와 바바라도 여성의 한계에 도전한 집념이 그 한계선을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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