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단상-박용진 목사(어스틴 제일 장로교회)
봄방학을 맞아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나갔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하여 필자처럼 가족들과 나들이 나온 집들이 많았습니다. 공원 한쪽에 넓은 모래성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갔습니다.
세 아이가 공동으로 모래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서로 협력해가며 열심히 건물을 만들어 올립니다. 성곽도 쌓고 탑도 쌓습니다. 마을도 꾸미고 도로와 수로도 설치합니다. 성채에 문짝도 달고 창문도 냅니다. 얼마나 열심히 모래성을 쌓는지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자기네가 만드는 작은 세계가 신기하고 대견한지 땀을 뻘뻘 흘리며 정성스럽게 공을 드립니다.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팔다리도 아프고 힘들텐데 좀처럼 작업을 멈추지 않습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멀 찌기 앉아 아이들의 모래성 쌓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아이들은 모래성이 만들어지는 모습에 신기해하지만 부모는 아이들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게 되면 기억 속에나 남게 될 장면일 것 같아서 어찌나 가슴이 따뜻해지던지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이 달려와 자기들이 쌓은 성을 봐달라고 성화입니다. 가보니 정말 폼페이의 유적을 보는 것처럼 오밀조밀하고 웅장한 성을 만들었더군요. 손에 든 핸드폰 사진기로 두어 장을 찍어 두었습니다. 아빠 엄마의 칭찬과 탄성에 고무되었는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합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곁들입니다. 아이들의 기분은 거의 날아갈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근사하고 멋진 작품을 그대로 집에 가져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요. 모래성은 모래밭에만 있는 성인 것을요…
그렇게 그날 오후가 지나고 날이 저물었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석양으로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야 합니다. 가져간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주차장으로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네가 만든 모래성을 그대로 둔채 집에 가는게 아쉬운지 선뜻 일어서지 못합니다. 하지만 모래성을 모래밭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두 손과 두 발에 붙은 모래들은 털어내고 미련없이 모래밭을 걸어 나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모래성은 몽땅 잊어버리고 금새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마음도 생각도 몸까지 말입니다.
아무리 공을 들여 쌓은 성이라도 모래밭에서 쌓은 것이라면 빨리 잊는 것이 좋겠지요. 아무리 아름다운 성이라도 모래 위에 세운 것이라면 가져올 수 없습니다.
해 저물면 모든 것이 아름다운 하루의 추억이 될 뿐입니다. 잘 잊어야 잘 얻습니다. 잃은 것에 매달리면 새로운 축복을 놓칩니다. 고린도서에 말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 잃은 것에 아쉬워 말고 얻은 것에 기뻐하는 삶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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