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서비스’ 말보다 행동으로 직원 교육
타은행 경력자보다 신입 뽑아 ‘인재’ 양성
한시간 먼저 출근해 시장상황 분석
매일 아침 직원과 고객들에 브리핑
한국적 업무스타일 몸에 배 ‘매일 야근’
로컬 은행과 협력하며 보완적 역할할것
미국사회 겉은 풍요롭지만 내부는 열악
시스템 불편하고 한국같은 치열함 부족
지난해 10월 한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한은행의 미주법인 신한아메리카(행장 제프리 리)가 애틀랜타에 첫 지점을 열어 지역 한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신한은행’이라는 모행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한국 은행의 장점인 신속한 처리 시스템 도입과 한국과의 보다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리라는 한인들의 기대 때문이다. 뉴욕에 본점을 둔 신한아메리카의 부행장이자 애틀랜타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왕호민 부행장은 한두해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신한은행에서 근무하던 토종 ‘신한맨’이다. 18년간 신한은행에 근무하며 자연스레 몸에 밴 은행원으로서의 서비스 마인드와 자세로 왕 부행장은 기존 지역은행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직원 행동방침을 표방해 호응을 얻으며 한인사회의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
- 애틀랜타 지역 본부장으로 발령받기전 한국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고 들었다. 신한은행에서 얼마나 일했고 또 어떻게 일하게 됐나?
= 신한은행에 입사한 지가 올해로 18년이다. 집안 사정 때문에 고2까지만 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를 다 못마쳐 뒤늦게 검정고시를 봤고 합격후 대학을 정할 때 처음엔 진짜 고시공부를 해볼까 했다(웃음). 그래서 법대에 입학하게 됐다. 입학할 때 아버지와 약속했던 게 졸업 때까지 고시 패스 못하면 취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졸업무렵 같은 집에 하숙하고 있던 고려증권 다니던 분이 신한금융을 ‘금융가에서 선풍적인 회사’라며 추천했다. 그때가 신한은행 창립 10년째되던 해였다. 그렇게 입사해 지금껏 몸담아 일해왔다.
미국에 오게 된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당시 물망에 올랐던 후보들이 여럿 있었고 나도 인사 추천권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을 추천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쩌다 이 젊은 나이에 조지아로 오게 된 거다. 많은 분들이 나를 좋게 봐주신 덕에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아내가 우리는 해외에 안가냐 하는 이야기는 종종 했었지만 실제 오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 미국에 온 느낌은 어떤가? 그동안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회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과 실제로 부딪혀 얻은 느낌에 어떤 차이가 있나?
= 많은 한국 지인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나는 미국에 대해 굉장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인본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와서 의외로 놀랬던 부분은 일단 시스템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과 한국사회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겉은 풍요롭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열악하다는 생각도 든다. 땅도 넓고 자연 풍광도 좋고 여러모로 자원은 풍부한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이 자원의 풍성함이 의미하는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미국이 짧은 시간 안에 세계를 움직이는 선진국이 된 바탕은 파레토 법칙에 의해 끌어가던 엘리트들의 미국 정신 때문인데 그게 지금 많이 퇴색된 느낌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도 그런 맥락이 아닌가 생각한다.
- 첫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채 못마쳤다고 했다. 어떤 사정이 있었나?
=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린시절 이야기를 꺼내 놓자면 굉장히 길다(웃음). 내 고향은 충청도 금산이다. 인삼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내가 국민학생이었을 때 우리동네는 정말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오죽했으면 버스 지나가는 시간이면 동네 아이들을 다 만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시골생활은 부모님이 자녀 교육문제로 도시로 올라갈 결심을 하시면서 초등학교 6학년때 마감했다. 인삼이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이긴 하지만 인삼의 특성상 재배기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실패위험이 높아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번 실패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 어머님은 보따리 장사도 하시며 가계를 꾸려 가셨다. 읍내로 나온 뒤에 두 분은 장난감 가게를 시작하셨다. 결과는 어땠을 것 같나?(웃음).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은 부족함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게 우리 형님이 병을 얻기 직전까지의 상황이었다. 당시 장난감가게 성공으로 여윳돈을 조금 모아놓으셨던 두분은 형 치료비로 있던 돈을 다 쓰셨다. 그렇게 급격하게 집안이 기울었고 그래서 부득이하게 고등학교 학업을 2학년으로 중단해야 했다. 아버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형 병을 고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서울의 병원은 다 찾아 다니셨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 그때 경과가 좋아 형의 병이 완치됐고 지금까지 건강히 살아 계신다. 우리 가족모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 그런 사연이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다. 가족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 같다. 형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땠나?
= 부모님 두 분다 일하시느라 늦게 들어오셨기 때문에 2남1녀 중 장남인 형이 일곱살때부터 어머니처럼 나를 돌봤다. 그만큼 형은 아주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형을 잘 따랐다.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편이다. 아버지는 정말 열심히 일하셨고 지금은 한달 용돈이 2만원인데 1만5천원씩 남기는 분이다(웃음). 아직도 건강하셔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시면서 헌금으로 쓰는 돈 이외에는 거의 돈쓰는 일이 없으시다.
- 꽤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지금 여기 오기까지 자신을 이끌어 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신앙이다. 신앙은 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가치다. 특히 나 같은 모태신앙인 사람들은 보통 활발한 신앙생활을 하지는 못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구석구석에서 돌봐주고 지켜봐주는 눈길을 느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지금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의 기도가 내가 이제껏 해왔던, 그리고 하고 있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풀리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 본인의 자녀교육관은 어떤가? 두 자녀(1남1녀)에게 역시 신앙을 강조하는 편인가?
= 그렇다. 하나님 말씀대로 예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키우려고 노력한다. 특히 그 부분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아내도 마찬가지일 거다.
- 일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출근후 하루 일과는 대략 어떻게 진행되나? 신한아메리카 부행장 왕호민의 일상에 대해 말해달라.
= 평소 7시50분에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미국과 한국 양국의 경제 뉴스, 금리 등 시장 정보와 상황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다. 이후 있을 직원 스탠딩 미팅에서 그걸 바탕으로 브리핑해준다. 미팅은 짧은 스탠딩 미팅 겸 티타임으로 편안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고객들에게 이런 전반적인 내용을 이메일로 발송해 알리고 특별 상황이 있을 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려드리기도 한다. 부행장이기 전에 나는 은행원이기 때문에 상담업무도 본다. 일주일에 3명 정도는 직접 상담을 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매니저와 그날 있었던 지점의 전반적 이야기를 나누면 업무가 반정도 끝난다. 이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한국 모행과의 연계업무와 지점장 겸 부행장으로서의 일이다. 미국 조지아 시장 상황과 한국 상황 분석하는 일을 주로 한다. 이것은 업무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내 취미생활이기도 하다(웃음). 이처럼 퇴근후 야근하는 것은 한국식 업무 스타일로 굳어져 온 습관인 것 같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는 게 습관이자 일상이 됐다.
- 직원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한국적인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상 미국은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직원들 서비스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나?
= 한국에서 인사와 교육을 담당했던 만큼 인사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타 은행에서 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뽑는 것을 지양하고, 신입이지만 가능성 있는 인재를 뽑아 교육하는 조금 힘든 길을 가려고 한다. 직원을 교육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다른 은행인사 담당자로 하여금 ‘신한은행에서 일했던 직원이면 무조건 뽑아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단 교육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손님들이 웃으면서 나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직원을 만났더니 친절하고 싹싹하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싶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 마인드와 행동 교육은 말로 해서는 효과가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직접 보여주는 것 이다. 로비에서 고객맞이 인사부터 상담, 상품설명, 안내 등 직접 다 한다. 이렇게 몸으로 보여주고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은 미국적인 관점에서는 약간의 오버(?)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 그런 반응이 있긴 있다.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는 동시에 다른 은행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 보면 상호성의 원칙이 나온다. 결국 웃음으로 다가가면 부정적인 반응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령 직원들에게 식당이나 옷가게의 경험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그래서 맞이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로 시작하는 7대 인사를 강조하고 고집했다. 직원들도 처음에 부담스러워 했지만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 신한아메리카에 대한 한인사회의 전반적인 반응이 어떻다고 평가하는가?
= 매우 친절하지만 보수적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어느 모임에서 지인에게 물어 봤을 때 굉장히 보수적이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은행 실적에 관한 평가의 경우 바깥으로 보이는 우리의 이점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 내부적으로 평가하자면 어떤가?
=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여부를 논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신한은행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점 때문에 이룬 성공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지 않다. 이제부터는 그 외의 것인 서비스 시스템의 편리함과 브랜치 숫자 등 그런 측면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객이 오지 않을 때 그 고객을 어떻게 유인할 지 또 오신 고객들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려해야 할 때다. 수치적으로 보면 주변 지점들과 비교했을 때 기간대비 성장률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점 4개월인 우리 지점의 실적이 현재 기존 로컬은행 2-3년 된 지점의 60%가량 됐다고 들었다.
- 신한아메리카가 지닌 장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컬은행들의 경우 지역사정에 대해 훤하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신한아메리카는 그런 면에서 열세에 있다고 느껴진다.
= 우리의 첫번째 경영전략은 고객만족이다. 은행이 처음 개점될 때 향후 2년간 전략 시나리오가 내부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일단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고객정의를 다시 확실하게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직원들에게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고객들이 진짜 속에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전략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본다. 우리는 로컬은행과 협조가 가능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 도와주면서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지역은행들의 경우 실적이 다 공표된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경우 베일에 싸여있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 앞으로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 있다. 간단히 밝히자면 예금 수신고는 2600만달러 정도이며 대출은 1200만 달러에 스톱되어 있다. 계좌 수는 현재 1800개 정도 된다. 그 중 비즈니스 계좌 비율은 0.5%정도이고 대부분 워킹 커스토머 계좌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자료에 관해 입조심을 시킨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각 은행들의 경쟁이나 분쟁을 촉발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 은행에서 돈을 옮겨 온다고 하는 고객들의 경우 적정 수준에서 조금만 옮겨 오라고 권유한다. 그렇게 로컬 뱅크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당분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곤란한 질문이다. 신한은행이 이 지역 자금을 한국으로 유출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 은행원의 목표는 고객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은행원들을 상당한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문제다. 내 경우에는 가져온 액수의 30%만 보내라고 권유한다. 그래서 많은 비중의 고객들이 상당수 액수를 다시 가지고 되돌아간 경우가 있다. 설득내용은 지금 환차익을 겨냥해 돈을 보낸 다음 다시 그 돈을 미국으로 가지고 올 때 미국 시장이 인프레이션일 경우 이득이 전혀 없다는 설명을 한다. 이것도 분명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나의 설명에 많이 동감하는 편이다. 사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그 액수를 다 수용하면 많은 이득을 보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산을 지키는 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고객들의 호응과 공감을 많이 얻는다. 고객이 잘 돼야 내가 잘된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 초심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이 다 무너진다는 사실을 계속 주지한다. <정리=김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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