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명은 어디로 갔나?
“이번 여름에는 한국에 가서 실컷 놀고 와야지. 이제는 공부 끝, 즐거움 시작이다”라며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고 들떠있는 학생에게 찬물 끼얹는 소리가 있다. 4년제 대학에 100명이 입학하면 졸업하는 학생은 45명뿐이다. 나머지 55명은 어디로 갔을까. ACT에 따르면 신입생의 절반이상이 학업준비가 제대로 안돼 중간에 도태된다.
실제로, 완벽에 가까운 SAT, AP 시험점수와 학교성적으로 명문대학에 갔지만 강의를 쫒아가지 못해 포기하거나, 한수낮은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을 수없이 본다. 끝없이 쏟아지는 에세이 과제물과 토론식 수업에서 탁구시합을 관전하듯 고개만 돌리는 것을 견디지 못해 포기한 학생, 제출한 리포트를 보고 “우리대학이 자네같은 학생을 어떻게 받아주었는지 이해가 안간다”라는 교수의 반복되는 꾸중에 도중하차한 학생, 수만 달러 학자금 융자를 내서 대학에 갔지만 캠퍼스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커뮤니티 칼리지로 돌아오거나, 심지어, 첫학기에 난생처음 D 2개와 F 한개를 받고 자살을 시도한 학생도 있다.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기 전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여름방학 동안 여행과 취미를 즐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학에 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나를 생각해야 한다. 첫학기에 신입생 누구나 하는 말이 “대학이 고등학교와 이렇게 다른줄 몰랐다”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가 그렇다. 고교 시절에는 3-5장 에세이 숙제가 고작이지만, 게으른 교수 수업과 수백명씩 듣는 강의를 제외하고 대학에서는 첫학기부터 5-20장 에세이를 쓰게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물론, 어릴적부터 아웃소싱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적게는 3장에서 많게는 수백장 졸업논문까지 대신 써주는 대행회사를 통해 “한장에 20~30 달러만 내면 해결되는데 애써 에세이를 쓸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한다. 이에맞서, 교수들은 잘써온 에세이를 의심해야 하고, 주문제작된 에세이를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엔지니어링 전공이니까 글쓰기는 신경 안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다. 그것은 4년뒤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엔지니어가 하는 일은 교량, 터널, 빌딩 자체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과 아디어가 뛰어나도 그것을 종이에 옮기지 못하면 누가 인정할까.
“고교 4년간 에세이에서 모두 A를 받았기에 나는 글쓰기에 자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어떤 문제든 반드시 정답이 존재하고 그것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공부와 글쓰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대학 공부에는 정답이 없다. 맹종하는 지식은 비학문적”이라는 칼 야스퍼스의 경고를 기초로하는 대학공부와 글쓰기에는 비판적 사고가 필수다.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에서 연구와 토론을 통해 생산된 지식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기술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글쓰기가 안 되는 치명적인 이유는 연습부족이다. 글쓰기는 작문비법 강의 또는 유명작가를 쫒아 다닌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살을 빼려는 사람이 운동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모조리 수집하고 연구만 한다고 살이 빠지는가. 매일 글을 쓰겠다는 각오, 약속도 소용없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저술한 나탈리 골드버그의 조언, “방금 쓴 글을 고치려 들지도 말고, 문법에도 얽매이지 말고, 마음 가는대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지금 당장 써보는 것이 글쓰기를 배우는 길이요, 55명에 끼지않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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