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 이틀 전 전화…보도 계기로 ‘트럼프 옹위’ 위해 마가 일각 결집 조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감 중 목숨을 끊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외설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막기 위해 이 신문 편집인에게 전용기에서 직접 전화까지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에마 터커 WSJ 편집인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내면서 이 신문이 작성중이던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사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터커 편집인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위협에도 불구하고 WSJ은 이틀 후인 17일 밤에 해당 기사를 송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여성 나체가 장난스럽고 외설스럽게 그려진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17일 밤 이 기사가 나온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분노를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사가 나가기 전에 월스트리트저널 측과 그 모회사인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 전 회장에게 기사가 나가기 전에 직접 전화까지 해서 기사 출고를 막으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터커 편집인은 캐롤라인 레빗(백악관 대변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그 편지가 가짜라고 직접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허위이고 악의적이며 명예훼손인 기사를 내보냈다"고 분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사의 취재와 작성을 맡은 WSJ 기자 2명, WSJ, 이 신문을 소유한 다우존스, 그 모회사인 뉴스코프, 뉴스코프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톰슨, 뉴스코프 창립자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지난 18일 제기했다.
이번 보도와 소송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머독의 사이가 악화할 경우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체로 호의적인 보도를 해 왔던 뉴욕포스트와 폭스뉴스 등 뉴스코프 소유 매체들이 논조를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터커가 편집인인 WSJ은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 은폐설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도 많이 해 왔다.
트럼프에게 대형 악재로 평가되는 WSJ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를 지지해온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세력 내에서 악재를 계기로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 옹위에 나서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마가 세력과 이를 지지하는 보수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로 불리는 엡스타인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에 관한 추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한 불만이 있었다.
엡스타인 사건 파일에 엡스타인과 함께 성매매나 미성년자 성착취를 한 유력 인사들에 관한 자료가 들어 있다는 주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WSJ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트럼프를 비판해 오던 전 폭스뉴스 앵커 메긴 켈리, 친트럼프 단체 '터닝 포인트 USA' 창립자 찰리 커크, 보수성향 정치평론가 잭 포소비에크,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 우파 평론가 베니 존슨 등은 기사가 나온 후 트럼프 옹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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