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장애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헤나 하인스의 방은 3x5 카드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단어를 보면 발음도 안되고, 읽은 것을 곧바로 잊어먹는 난독증 (難讀症)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4년간 하루에 7시간씩 그림을 그려가며 단어를 암기하고 개념을 이해하려고 수만장의 플래쉬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AP 심리학을 택하면서 자신이 난독증 증세가 있는 것을 깨닫고, 임상검사를 받은 결과 읽기와 쓰기에서 최하 2%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AP과목을 15개나 수료했을 뿐만 아니라, 학점 4.0을 유지하고, 이번 가을에 하버드대학에 진학한다. 조지아주의 윌러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졸업생 대표연설을 맡은 그녀는 “난독증을 어떻게 극복했는가”라는 질문에 “배우고 싶은 열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간단히 답했다.
난독증(Dyslexia)으로 불리는 독서장애는 현재 미국에서 1천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가진 증상이다. 그들은 정상적인 지능을 가졌지만 왼쪽 두뇌신경에 이상이 생겨, 글자를 거꾸로 읽거나,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를 혼동하고, 단어의 처음과 끝을 빼놓고 읽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한 예로, “이명박 대통령 긴급회의 주재”와 “노무현 죽음”이라는 신문기사 제목을 보고 “대통령 명박이 긴급 재주로 무현도 죽임”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또한, 수박과 호박 같은 사물의 이름을 혼동하거나, 심지어는 운동화를 짝짝으로 신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열등생으로 낙인 찍히기 일쑤고, 집에서는 지진아로 오해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예일대학의 신경 과학자 샐리 쉐이위츠는 “독서장애자는 언어능력은 약하지만, 색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기에 상상력, 직관력,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고 피력했다.
“책을 읽으려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서너 줄 읽고나면 몽상에 빠져버려 진도를 나갈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이 나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그 때문에 나는 현실에서 상상의 세계로 추방 되었다”라고 1994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어릴 적 독서장애를 회고했다.
7세에 난독증 판정을 받은 탐 크루스는 고교때 학교성적이 바닥에서 맴돌자 운동(레슬링)으로 변수를 찾으려 했으나 부상이 그를 다른 길로 밀어냈다. 고교 때 두번 해본 뮤지컬 공연 경험이 연기자로 변신시킨 것이다. 할리웃 진출 후에도 대본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남이 읽어주는 것을 통째로 암기하며 영화촬영에 임했다.
좌뇌의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한 산업시대, 정보사회는 저물어 가고, 이제는 감성적인 우뇌가 발달한 인재가 주도하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전체적 마음’에서 역설했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와 부모가 시대의 흐름과 학생의 재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내는 것이다. 좌뇌는 분석과 언어를, 우뇌는 종합적인 사고, 감정, 비언어적 표현을 주도한다는 두뇌 이분론으로 1981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로저 스페리 교수가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우뇌 재능자들을 차별대우 한다”고 개탄한 소리에 그들은 귀와 마음을 닫아 버린 것이다.
대학의 입학처(admission office)를 ‘퇴짜처’(rejection office)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만큼 치열해진 입시경쟁과 졸업 예정자는 실업 예정자로 전락된 불황속에서 살아남는 학생은 “배우고 싶은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다. 그렇지만, 귀와 마음을 닫은 채 사람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 또다른 종류의 난독증에 빠진 학교와 부모가 먼저 치료받지 않으면 그 열정은 방향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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