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영향이야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맨하탄 3애비뉴의 ‘페이지-바네션 클리너(Paige-Vanesian Cleaners)’의 임창균 사장의 하루 일과는 새벽에 가게 문을 열고, 저녁에 문을 닫는 것으로 끝이 난다.
임 사장은 오전 5시에 베이사이드 집에서 나와 새벽기도에 다녀온 뒤 7시에 가게 문을 연다. 지난 88년 이 업소를 인수한 뒤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왔던 일이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7시에 문 열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토요일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임 사장은 어제 들어온 세탁물을 분류(marking)하고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8시부터 10시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가듯이 고객 맞이가 끝나면 본격적인 세탁일에 들어간다.기본적으로 5-6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일을 하지만, 급하면 임 사장이 직접 뛰어다닌다.
테일러(tailor)와 스파팅(spotting), 프레서(pressor), 배깅(bagging), 딜리버리 등 그가 관여하지 않은 일이 없다.익숙한 솜씨로 세탁기계를 돌리면서 임 사장은 “심지어 플러밍까지도 한다”며 “세탁업소를 하다보면 어지간한 메캐닉(mechanic) 못지않다”고 웃었다.이렇듯 일에 빠져 살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그는 세탁업계가 비교적 불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에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올해 3월부터 직접적인 영향이 오고 있다”며 “5-6월이 성수기인데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금융계통의 고객들이 줄어든 탓이다.
임 사장은 “지금 고객들이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불투명하다보니 아끼는 것 같다”며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다른 고민은 렌트 문제다. 맨하탄의 높은 렌트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는 “인근 업소들이 5곳이나 문을 닫았다”며 “무조건 렌트를 깎기 보다는 지역의 시세를 기준으로 딜(deal)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오랫동안 세탁업소를 운영해오면서 확실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게 됐다.
좋은 가게 자리를 찾는 것과 타이밍, 재원마련 등 여러 가지 비즈니스 운영에 필수적인 항목이 있지만 무엇보다 세탁에 관한 지식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고객 관리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친한 것도 불필요하다며 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나중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경기가 어려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임 사장은 “대부분의 한인 자영업자들이 그러했듯이 돈을 긁어모으는 시절도 있었다”며 “지금처럼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가격경쟁보다는 세탁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것. “우리같은 비즈니스는 시간 또는 몸과 돈을 바꾸는 것”이라는 임 사장은 세탁소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목숨걸고 한다’는 마음으로 불경기를 이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주찬 기자>
목숨 걸고 한다는 마음이 불경기를 이겨나갈 것이라는 임창균씨가 세탁된 옷을 고객에게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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