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소독 최민수 이사(41세)는 연휴가 끝난 월요일 6일 아침부터 바쁜 일정을 시작했다. 베이사이드에서 1시간 20분을 운전해 처음 도착한 곳은 커네티컷의 99센트 스토어. 이 곳의 매니저는 요즘 쥐가 없어지지 않아 골머리를 않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선반의 과자 봉지 여기저기서 쥐가 갉아먹은 흔적이 보인다. 유심히 살펴본 후 “마이스(mice)예요. 큰 쥐들은 차라리 잘 잡히는데, 이놈들은 영리해서 약이나 덫을 잘 피해갑니다”라고 설명한다. 일단은 응급처방을 하고 2주일 후에 다시 점검하기로 한다. 피자와 소다를 사서 대충 차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다시 2시간을 운전해 뉴저지의 델리를 소독하고, 늦은 오후에는 브루클린의 한 베이글 가게에 들렀다. 처음 거래를 맺은 업소인데 한번 위생 점검에 불합격한 뒤 연락이 왔다. 밀가루와 재료들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창고와 기름때가
잔뜩 낀 오븐, 지저분해 보이는 선반들 사이를 구석구석 손전등으로 비춰보고 사용해야 할 약과 덫의 수량을 가늠한다.
“한번만 더 불합격하면 영업 허가가 취소될 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방치한 것이 문제입니다. 위생 점검은 필수인데 적은 돈을 아끼려다가 더 큰 손해를 입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죠. 요즘 특히 단속이 심해요”‘쥐와 바퀴벌레를 잡는 일’이라면 무척 험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단순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정교한 작업 과정이다. ‘터미네이터’보다는 ‘인스펙터’라는 단어가 훨씬 가까운 작업이라고 할까. 그는 플러싱 자택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밤 늦은 시간 다시 인근의 식당 주방을 살펴보는 것으로 긴 하루 일정을 마쳤다.
뉴욕에 오기 전 한국에서 영화 제작과 관련된 일을 했던 최 이사는 소독일로 돈을 벌며 틈틈이 다른 사업 궁리를 하던 그는 차츰 이 직업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그냥 몸으로 때우는 일이 아니더군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끊임없이 약품에 대한 지식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올인’하지 않고 설렁설렁 할 일이 아닌거죠.”
2007년 마침 집단 오너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에 이사 자리 하나가 공석이 됐다. 쉽게 나지 않는 기회였다. 회사에 기탁해야 하는 자금을 융통한 뒤 막내 이사가 됐다. 이전까지는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었지만 이제는 자기 사업체가 되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내 일처럼’ 몇 배 더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초반에는 ‘막일을 한다’는 자괴심이 없지 않았다는 최 이사는 이제 자신의 직업에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못했겠지요. 노동을 존중하고,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한 보수가 주어지는 뉴욕이기 때문에 삶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불경기속에서도 노동의 대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어 힘든 것도 잊는다는 최 이사는 오늘도 미래의 꿈과 희망을 위한 ‘덫’을 놓고 있다. <박원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