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조 윌슨 의원(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중간에 끼어들어 “거짓말”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US오픈 준결승전에서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대들었다.
라디오시티에서 열린 MTV 시상식에서 케인 웨스트는 최우수 여자 가수상을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수상 소감을 말하려는 순간 마이크를 낚아채며 비욘세가 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고함을 질렀다.
한국에서는 이상열 국가대표팀 배구코치가 박철우 선수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또 미국의 외교전문지 ‘외교정책’은 한국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한 의회로 선정하고 한국 국회의원은 “온 몸으로 싸우는 운동선수”라고 비꼬았다.
정치ㆍ스포츠ㆍ문화 등 각계에서 다윈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올라앉은 사람들이 최근 보여준 야만적인 행동들이다.
“야만은 문명 내부에 자리잡았다. 문명은 야만을 만들고 북돋아 준다”라고 매칼리스터 대학의 인류학 교수 잭 웨더포드가 ‘야만과 문명’에서 지적한 것이 적중했다.
폭탄 제조법을 배우는 것은 기술교육이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이유로 그 폭탄을 써야 하는가, 그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를 배우는 것은 인문교육의 몫이다. 하지만 조화있는 인문교육을 담당해야 할 대학은 그것을 회피하고 있다.
학생이 듣고 싶은 강의만 듣게 하고, 역사ㆍ문학ㆍ언어ㆍ경제 등 교양과목을 골고루 요구하지 않는 요즘 대학의 추세가 그것을 말해준다. 기술과 지식은 공급하지만, 정작 사회생활에서 가장 빈번히 쏟아지는 불평, “말이 안 통한다”의 문제에 대해 대학은 속수무책이다.
인간과 인간을 합리적으로 교통하게 하여 서로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인문교육의 부재가 인간 속에 내주하는 야만성을 다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남녀 사이에 남아있는 공감대는 성감대뿐이요, 부모와 자녀의 공감대는 명문대, 이웃과의 공감대는 담장 분리대, 나라끼리의 공감대는 미사일 발사대뿐이다.
기술과 인문교육의 분기점을 보여주는 교재로 적합한 영화 ‘김씨 표류기’를 예를 들자.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한 김씨는 본의 아니게 무인도 밤섬에 표류된다. 혼자 사는 삶을 시작하며 구출을 요구하는 HELP사인을 모래사장에 표시하지만, 눈앞에 닥친 먹고 자는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새똥에 씨앗이 있을 것을 추리하고, 그것을 심어 옥수수를 자라게 하고, 옥수수를 갈아 자장면을 만들어 먹는 과정은 살아남기 위한 김씨의 기술과 지식이 백과사전식으로 총정리되는 과정이다.
한편 밤섬 건너편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또 다른 김씨는 은둔형 외톨이다. 그녀는 자신의 좁고 컴컴한 방에서 홈피 관리ㆍ만보 달리기ㆍ달사진 찍기 등을 하며 나름대로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생활리듬을 찾아 외톨이로 살아남는 기술과 지식을 가졌다.
두 김씨가 당면한 상황, 즉 먹고 마시고 자는 동물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면 인문교육은 필요없다. 아파트의 김씨가 메모를 담은 와인 병을 가지고 집밖에 나가고, 밤섬의 김씨가 모래사장에 그려 논 HELP가 HELLO로 변하고, 결국 버스 안에서 “Who are you?”로 마주치기까지, 즉 상대방이 누군지도,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도 모르지만, 타자의 존재를 느끼며 교통하고자 할 때부터는 인문교육이 필요하다.
피부색깔ㆍ언어ㆍ문화ㆍ종교ㆍ사상 등 모든 것이 서로 다르지만 섞여 살아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해결해야 될 가장 큰 난제는 어떻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불어 지내느냐다. 여기서 인문교육의 필요는 더욱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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