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 센서스
사흘 전 본보(23일자) 1면에 머리기사로 실린 연방 센서스국의 최신통계 기사를 보면서 두 번 놀랐다. ‘시애틀지역 한인인구 전국 4위’라는 제목에 우선 놀랐고, 바로 그 시애틀지역의 한인인구가 5만5,622명이라는 본문 내용에 까무러치게 놀랐다.
센서스국이 매년 실시하는 ‘미국 커뮤니티 조사(인구현황 표본추계)에서 나온 수치이긴 하지만 광역 시애틀지역의 한인인구가 시카고지역(5만2,065명), 애틀랜타지역(4만4,231명), 샌프란시스코지역(4만2,410명)보다 많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 시애틀 한인인구가 LA(283,033명), 뉴욕(173,891명), 워싱턴DC(68,981명)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다는 말이 싫지 않았는데, 그 수가 고작 5만5,622명이라는 데는 실소가 터졌다. 통칭 한인 숫자인 12만명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식집계라지만 5만5,000여명은 터무니없다. 본보발행 한인업소 전화부를 보면 퓨짓 사운드 일원에 170여개의 한인교회가 있다. 한국식품점이 10여개, 식당이 110여개나 된다. 일간신문 두 개에 TV와 라디오 방송국도 있다. 한인은행이 5개, 부동산 중개업소만 200여 개에 육박한다. 주말 시애틀 일원의 어느 산에 가도 한인을 만날 수 있다. 40~50명이 떼지어 올라가기도 한다. 5만여명의 인구규모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거의 20년 전인 1990년, 필자가 LA본사에서 전국 주요도시의 한인 ‘체감숫자’를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다. 한국일보 각 지사를 통해 해당지역 한인사회에서 통용되는 한인인구의 최대공약수를 파악한 것이었다. 그 때 집계를 보면 LA 45만, 뉴욕 30만, 시카고 15만, 샌프란시스코 10만, 워싱턴DC 7만, 시애틀 5만, 하와이 4만, 휴스턴 2만 등 미 전국의 한인인구가 120여만 명으로 나타나 있다. 이번에 시애틀지역 인구를 5만5,000여명으로 집계한 센서스국 자료는 바로 20년 전 시애틀 한인사회의 체감숫자에 불과하다.
체감숫자는 이론적 근거가 약한 구름잡이 식 통계지만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고 할 수만도 없다. 당시 본국 외무부가 발표한 1990년 해외동포현황 백서에는 재미동포수가 124만197명으로 집계돼 있다. 필자가 취재한 체감숫자와 신통하게 엇비슷했다.
이번 센서스국 통계에서 시애틀 한인인구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시카고보다도 많게 나온 것은 본국정부 자료를 근거로 할 때 맹랑하다. 지난 2005년 외무부 통계에 따르면 시애틀지역 동포인구는 7만8,509명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8만3,935명보다 적었다. 시애틀총영사관 관내의 지역별 한인인구는 워싱턴주 4만6,880명, 오리건주 1만2,387명, 알래스카주 4,573명, 아이다호주 1,250명, 몬태나주 833명, 와이오밍주 460명 순이다.
미국 내 한인 사회학자들은 대개 체감 한인숫자는 물론 본국정부의 해외동포 집계도 불신한다. 민병갑 교수(뉴욕 시립대)와 유의영 교수(칼스테이트-LA, 은퇴) 등은 새 이민자와 출산에 의한 자연증가분, 유학생, 상사지사 직원, 영주권 대기자 및 심지어 불법체류자까지 감안해도 체감숫자보다는 적다며 센서스 결과가 오히려 정확한 편이라고 주장한다.
어쨌거나, 센서스 수치가 체감수치나 본국정부 수치보다 훨씬 적다고 해서 우리가 새삼 손해 볼 일은 없다. 어차피 시애틀의 ‘12만 한인’이나 전국의 ‘250만 한인’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 적이 없었다. 시애틀 한인수가 설사 5만5,000명이라 해도 이를 잘 조직화하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우리보다 많지 않은 유대인 커뮤니티가 좋은 예이다.
센서스 수치와 체감 수치 사이의 괴리현상은 결국 센서스에 참여하지 않는 한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의 정규 센서스에 모든 한인이 꼭 참여해야할 소이이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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