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하겠지?

“당신은 코치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처럼 경험 많고 이 바닥에서 최고인 CEO에게 코치가 무슨 도움과 조언을 주겠나. 난 자네 도움이 필요 없네.”
2001년 경영자 개인 코치 존 도어와 구글 CEO 에릭 슈미트 사이에 오고 간 대화다.
당시 끈질긴 설득으로 에릭은 자존심을 꺾고 경영 코치를 받았다. 에릭은 후에 아무리 CEO가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예리하게 분석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문제 해결점을 제시하는 코치의 조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경영자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하면 “개인 코치를 찾으라”고 안내했다.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CEO가 코치의 자문을 구한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시류가 바뀌어 포춘 500 기업 CEO의 60%가 코치에게 사사를 받고 있고, 20%는 코치를 찾고 있다.
한 예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CEO 잭 웰치가 GE를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와 제조를 병행하는 기업으로 변신시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에는 램 차란의 개인 지도가 있었다. 잭은 램과 일대일로 붙어서 경영에 대한 조언뿐 아니라, 연설ㆍ매너ㆍ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
어찌 보면 학생들은 CEO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항상 남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채찍질, 냉정한 실적평가, 그리고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의 숲을 뚫어야 하는 대학입시, 취직전쟁에서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소극적이고 나태한 방법, “알아서 잘 하겠지”는 통하지 않는다.
60년대 발달 심리학자 장 피아제가 제시한 인지발달 이론은 당시 부모들로 하여금 자녀를 향한 태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학습과 인지능력이 달라진다는 이론에 부모들이 직접 나서거나 또는 도우미를 찾아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70년대 들어서는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말고 조직적인 가이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증폭됐다.
심리학자 피주 도슨은 ‘부모의 역할’이라는 베스트셀러에서 “양육기술 정보가 부모로 하여금 자녀를 행복하고 똑똑한 성인으로 키우게 한다”고 주장했고, 소아과 의사 벤자민 스폭은 “뛰어난 인물들이 가진 공통점 한가지는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열정과 방법을 가진 엄마가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소년들이 알아서 잘 하는 일은 노는 일이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며 현재의 쾌락에 집중하여 노는데 열중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명쾌한 꿈이 없어서다. 학교공부와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의 방향타를 결정해 주는 이팔청춘에 꾸는 꿈이지만, 롤 모델을 찾아 나서거나 평생을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볼까 하는 구체적인 꿈이 없다. 심지어 대학진학을 코앞에 둔 학생이 어떤 대학에서 무엇을 왜 공부하고 싶은지 전혀 개념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단순히 성공한 사람들을 모방하거나 그들의 코치를 쫓아다니라는 소리는 아니다. 전적으로 코치를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다. 다만 남다르게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 뒤에는 거의 예외 없이 그들이 거기에 이르기까지 성장을 도운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말에 깊이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열정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하며, 자신의 꿈에 이정표를 세워주는 사람 말이다. 그런 코치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자신을 변화ㆍ성장시키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