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저에게 늘 인생의 모든 것은 이웃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손자 김종대(23)씨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전 대통령으로 보지만 내게는 그저 평범한 할아버지였어요. 항상 손자들에게 좋은 거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셨고, 바르게 자라도록 인도해주신 존경스러운 분이셨어요”라고 말했다.
영결식을 치른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김씨의 기억 속에는 고 김 전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생생하다. 그는 애써 눈물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부산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일요일 점심에는 항상 친가쪽 가족이 모두 할아버지댁에 모여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나눴죠. 노래도 부르고 재롱도 부리고 참 즐거웠는데… 할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수도 없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제가 군대 휴가를 나왔을 때 저에게 한마디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건강이 안 좋다는 걸 아시고 남몰래 준비를 하고 계셨나봐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군 복무시절 할아버지가 해준 말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에는 항상 천사와 악마가 있다. 하지만 천사가 이기는 쪽으로 사는 것이 삶을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천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양심을 따라 살 때다”라는 말이다. 그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이웃사랑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할아버지의 신념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애틀랜타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 추모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는 소식에 그는 “할아버지를 기억해주시고, 추모해주셔서 손자로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나와 내 가족이 할아버지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할 것이며 할아버지가 생전에 못다 이룬 꿈을 이뤄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김씨의 집안은 애틀랜타와 인연이 아주 깊다. 고 김 전대통령이 1983년 미 전국 시국강연회를 할 때 출발점이 도라빌 천주교회였으며, 같은 해에 에모리대에서 ‘인권의 해’를 맞아 인권의 소중함과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 연설하기도 했다. 또 김 전대통령은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가 에모리대 총장을 지낼 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으며 막내 아들 홍걸씨가 에모리대에서 공부를 했다. 김씨와 그의 친동생 김종민씨도 에모리대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고 김 전대통령의 사랑을 독차지한 손자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에도 몇 번 등장한적이 있으며 영결식 때 직접 영정사진을 들고 동교동 사저를 돌기도 했다.
현재 김씨는 군복무후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올 겨울학기부터 다시 에모리에서 애틀랜타와의 인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구새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