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치르는 곤욕
미셸 오바마는 25년전 프린스턴에 입학하자 마자 곤욕을 치렀다. 기숙사 룸메이트로 들어온 백인 여학생이 미셸을 보자마자 흑인과 함께 방을 써야 하는 것에 당혹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즉시 학교로 달려온 엄마는 “흑인과 지내라고 내 딸을 프린스턴에 보낸 것 아니니 당장 방을 바꿔달라. 아니면 딸을 빼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요즘 대학 기숙사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인종ㆍ민족 또는 섹스 성향별로 구분 짓기에 피부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셸처럼 어려움을 겪을 기회는 거의 없다. 한 예로 스탠포드에는 무웩마타룩(아메리칸 인디언 학생), 우자마아(흑인), 카사 자파타(히스패닉), 오카타라(아시안)는 인종별 기숙사가 있다. 피부색깔에 따라 모든 것이 격리됐던 60년대로 돌아가는 듯한 풍경이다.
“우리 대학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다”고 자랑을 늘어놓지만 기숙사를 통해 인위적으로 격리하는 것은 함구한다. 스탠포드의 리싱 안토니오 교육학 교수는 “90% 이상의 대학생들이 인종ㆍ민족별로 분리돼 있다”고 그의 논문에서 밝혔다.
룸메이트를 정하는 설문지에 음악ㆍ취미ㆍ수면시간 등을 다채롭게 묻고 나서 결국은 피부색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슨 속셈일까. 또 다른 골치거리를 피하려고 아예 첫날부터 갈라놓는 것일까.
기숙사에서 치르는 또 다른 곤욕은 Sexiling(룸메이트가 섹스하는 동안 방을 비워주는 것)이다. 지난주 터프츠 대학은 “룸메이트가 있을 시 방에서 섹스하는 것을 금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공부, 수면을 방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2년간 Sexiling에 관련된 불평이 12건에 달하자 대학측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섹스 금지령을 내린다고 피끓는 젊은 학생들이 고분고분하게 학교방침에 순응할까.
Sexiling은 도덕성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성 문제다. 룸메이트끼리 얼마든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기어이 학교당국에 보고하거나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마마보이 파파걸의 행동이다.
술과 마약에 취해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올라와 상대의 육신을 탐욕하는 상황에서 학교방침을 준수하거나 룸메이트를 배려하는 생각 따위가 떠오를 리 없다. 방을 내준 룸메이트가 갈데없이 길거리에서 배회하거나 남의 파티에 기웃거리다 홧김에 술을 마시고 쓰러지든지 말든 지다.
집에서 제멋대로 지내다가 갑자기 좁은 공간에서 성격ㆍ취미ㆍ생활패턴이 전혀 다른 학생을 만나 조화롭게 지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교 졸업자 상위 10%를 뽑는다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는 짐승수준의 행동을 보이고 기초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다면 대학의 어려운 학업을 어떻게 해낼지 의문이다.
대학은 칸트가 고민한, “무엇을 알 수 있나, 무엇을 희망할 수 있나, 무엇을 해야 하나,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4가지 질문에 대해 고민 해보는 곳이다.
그러나 현실은 법률 리포트저널이 발표했듯 학생의 70% 이상이 고민은커녕 술ㆍ마약ㆍ섹스를 즐기러 대학에 간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거나, 누구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도 없고, 부모ㆍ정부ㆍ은행ㆍ대학 중 누군가 돈을 대주며,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캠퍼스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진다.
“안보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혹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자 자녀의 기숙사를 방문했을 때 방에서 남학생/여학생이 튀어나와도 기겁하지 말 것이며, 넥타이 또는 양말이 문 손잡이에 걸려 있으면 안에서 은밀한 일이 진행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로 알고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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