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인터넷에선 ‘∼했지만 ∼아니다’식으로 이어지는 소위 ‘헌재 놀이’가 번지고 있다.
“대리투표와 재투표 등 투표과정에서의 절차는 ‘위법’이지만 통과된 법이 무효는 아니다”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빗댄 허무개그식의 씁쓸한 말장난 놀이가 바로 ‘헌재놀이’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주심이 파울이라고 레드카드를 꺼내고도 선수를 퇴장시키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 허탈한 헌재놀이를 허무하게 즐기는 누리꾼들의 주장이어서 이 허탈한 개그놀음은 ‘절도는 인정되지만 장물은 아니다’ ‘파병은 했지만 군인은 아니다’ ‘고용위기지만 경제위기는 아니다’ ‘세종시 안하지만 안하는 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은 됐지만 대통령은 아니다’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허탈하기 짝이 없는 한국 누리꾼들의 ‘헌재놀이’가 2012년 참정권 행사를 앞두고도 마땅한 투표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참정권 헌재놀이’식의 허무개그가 유행할 공산이 크다.
재외공관으로 투표소로 제한하고 우편투표나 인터넷 투표를 배제한 현재의 법으로는 해외 240만명의 유권자들이 사실상 투표가 불가능해 “참정권은 허용했지만 투표권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했지만 ∼않는다’식의 ‘참정권 헌재놀이’가 생겨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줄잡아 40만 명 유권자가 거주하는 LA에서는 일주일 남짓하는 투표기간 동안 수 십만명의 유권자들이 총영사관 투표소에서 투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루 12시간씩 쉴새없이 유권자 대기줄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투표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물며 LA총영사관 관할지역인 네바다주나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수 백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조차 하기 힘들다.
개정 선거법이 재외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헌법불일치 상태 해소만을 위한 형식적인 입법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당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정의견에서 제시했던 우편투표 방식을 협상과정에서 제외시켰던 여야 정치인들은 법안이 통과된 후에는 저마다 ‘인터넷 투표’나 ‘우편투표’를 도입하겠다며 목청을 높였으나 이제는 슬그머니 말을 빼는 모양새다.
우편투표를 도입하겠다던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발을 빼 최근 ‘우편투표’ 불가 방침을 당론으로 확정했고 민주당은 우편투표보다 더 실현이 어렵게 보이는 공허한 ‘인터넷 투표’만을 주장하고 있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되찾은 재외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허용되려면 ‘순회투표소’와 같은 탁상공론이 아닌 보다 현실적이고 획기적인 투표방식 도입이 절실하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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