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극도의 침체에 빠지면서 한인 투자가들의 한숨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가 좋았던 시절 한인들이 공동투자 형식으로 거액을 만들어 사들였던 대형 매물들의 시가가 폭락하면서 멤버들 간에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있는 ‘공투’(공동투자)들은 한인사회에서 ‘성공한 투자가’로 알려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성공한 투자가’의 이름만 보고 거액을 베팅했다가 원금 회수는커녕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묻지마 투자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투자 성공사례로 매스컴 몇 번 타고 입소문이 좀 났다 싶으면 사람들은 그 명성을 철썩 같이 믿어 버린다. ‘성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순간 이들에게는 갈 곳을 찾지 못하던 돈들이 몰린다. 공동투자가 한두 번 성공하면 명성은 더욱 절대적인 것이 돼 버린다. 서로 돈을 맡기려 경쟁한다.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성공은 실력과 판단력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운이 가져다 준 것일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속임수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일단 성공 사례로 알려지면 무분별한 맹신이 뒤따른다.
성공적인 공동투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리더의 도덕성이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리더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신의 이름 하나만 보고 거액을 투자한 사람들의 재산을 지켜주고 불려주는 일을 도덕적 의무로 여길 만큼의 책임감이 없다면 이런 공동투자는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다.
문제가 불거지는 공동투자를 들여다보면 왜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가 보인다. 가령 리더를 포함해 10명이 1,000만달러를 모아 투자를 한다고 치자. 공평하게 10%씩 지분을 가지려면 1인당 100만달러를 넣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유명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공동투자의 경우 9명이 110만달러씩 넣고 리더는 돈을 한 푼도 넣지 않은 채 똑같은 지분을 챙기는 식으로 배분이 이뤄지곤 한다. 이름값으로 투자금을 대신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손도 안댄 채 코를 푸는 것이다.
그마나 이름값으로 얻은 지분을 계속 가지고나 있으면 괜찮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지분을 팔아 캐시아웃 하는 얌체 리더도 있다. 자기 잇속이 먼저인 사람에게서 도덕성과 책임 있는 투자 관리를 기대하기란 무리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100억 만들기 신드롬’이 불었다. 이 신드롬은 성공한 부동산 투자가로 널리 알려진 한 인사가 이와 관련한 책을 내면서 불기 시작했다. 그에게 ‘묻지마 투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면서 여러 개의 공동투자가 이뤄졌는데 결과는 대부분 쪽박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라는 것만 믿고 무분별하게 돈을 맡겼던 사람들은 뒤늦은 후회를 해야 했다.
매스컴은 검증기관이 아니다. 성공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일도 힘들지만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인성까지 확인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다른 이의 이름 석자에 자신의 전 재산은 물론 가족 친지들의 돈까지 끌어들여 쏟아 붓는 도박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나스닥 위원장 출신 버나드 메이도프의 금융사기 역시 명성에 대한 맹신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거품은 부동산 가격과 주가에만 끼어 있는 것이 아니다. 명성, 특히 성공과 관련된 이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보면 된다. ‘대박의 땅’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이런 사람들의 뒤통수만 쳐다보며 쫓아가다가는 자칫 ‘쪽박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명성에 현혹되지 말라.” 경기침체가 깨우쳐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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