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원교회 오철호 목사 도움으로 귀국길
총영사관.한인회 찾아가 선원들 딱한 사정 알려
남병학 변호사 무보수 법정투쟁끝에 무사히 풀려나

▲뉴욕타임즈 기사
지난 1968년 2월 뉴욕항에 정박한 5천톤급 화물선 인도네시아 스타호의 미국선주가 파산선고를 한 다음 행방불명이 된 사건으로 인해 선박이 억류된 채 출항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적이 있었다. 이배에 타고 있던 한국선원 27명도 인질이 되어 노임도 받지 못한 채 점심을 굶으며 5개월째 배와 함께 억류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1968년 7월15일자 뉴욕타임즈가 섹션2의 1면에 4단 크기로 보도했다. ‘Stranded Korean Sailors Yearn for Home (타향에서 궁지에 몰린 한국 선원들, 고향을 그리다)’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선상에 하염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거나 힘없이 누워있는 선원들의 사진도 게재했다.
한편 본국의 동아일보가 5일후인 7월20일자에 워싱턴 진철수 특파원발 보도로 뉴욕타임즈를 인용한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았다. 5개월 전 뉴욕항에 도착한 한국선원 27명은 오늘도 뉴욕 외항에 닻을 내린 화물선 인도네시아 스타호에 죄없는 수인으로 갇혀있다. 월급은 4월말에 받은 것이 마지막이고, 변호사가 알선하여 연명 비용으로 매일 1달러50센트(약4백20원)를 받고 있지만 워낙 물가가 비싸서 점심을 굶고 지내는 형편이다.
뉴욕총영사관에서는 외상표라도 끊어서 귀국을 알선해 보려했지만 뜻대로 안되고 있어 이제는 정부가 여비를 빌려주는 것이 유일한 구원의 길인지도 모른다. 선장 윤홍조씨(47)가 중미 파나마에 있는 갤베스톤 머천트란 선주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소위 수출선원으로 26명을 거느리고 부산을 떠난 것은 1년 반 전. 이들의 월급 총액은 6천5백달러. 한사람 평균 2백여달러(5만6천원) 가량이 된다. 이들의 딱한 사정과 교포의 따뜻한 조력을 상세히 보도한 뉴욕타임즈는 침례교 목사인 오철호씨가 선원들에 대해서 식사대접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호의를 베풀어주고 있는 사실을 특기하고 있다. 채권자 10여명이 관련되어 있는 이 사건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지난 6월20일 밀린 월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선원들이 제기했지만 그것도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 이와 같은 딱한 사정을 뉴욕한인사회에 처음으로 알린 사람은 당시 퀸즈 엘름허스트 소재 한국
선원교회의 오철호 목사였다. 뉴욕항에 정박하는 선박의 한국선원들이 뉴욕에 머무는 동안 예배를 볼수 있는 처소를 마련하고 상륙이 어려운 선원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하고 설교를 하는 등 선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를 하고 있었으므로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다.
오목사가 찾아간 곳은 뉴욕총영사관과 뉴욕한인회. 당시 총영사는 정규섭(68년 7월 부임), 한인회장은 김판기였다.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낀 김판기 한인회장은 유일한 한국계 변호사였던 남병학(미국명 케네스 남)에게 케이스를 의뢰했다. 남병학은 선주를 찾아내고 무고한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법정투쟁을 벌인 결과 선원들이 풀려난 끝에 관민 각계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이때 무보수로 선원들을 도움으로써 인기를 얻은 남병학은 1970년 제9대 뉴욕한인회장에 무난히 당선됐다.
뉴욕한인사회의 도움으로 그해 8월 선원들이 귀국한후 한국으로 부터 감사장이 선원교회 오철호 목사에게 우송돼 왔다. 한국해외개발공사 함병선 사장 명의로 된 68년 9월16일자 공문은 오목사의 호의로 인도네시아 스타호의 선원 모두가 무사히 귀국한데 대한 감사장이었다. 이어서 전국해상노동조합으로 부터 또다른 공문이 왔다. 동조합 공문 364호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순화동 6-10 전국해상노동조합 위원장 장을용 명의로 된 감사장이었다. 목사님 부부께서 뉴욕항에 기항하는 한국선원에 대하여 바쁘신 중에도 일일이 방선하셔서 격려와 위로를 하여 주시고 괴로운 일이 있을때에는 직접 해결의 길을 찾아 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조합 2만5천명의 조합원을 대표하여 인사드리며 감사하는 바입니다. 중략, 오목사님 부부의 따뜻한 사랑과 고마우신 미덕에 대하여 금년 9월에 열리는 본조합 총회에서 감사장을 드리도록 부의할 생각입니다.
이후로도 계속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선원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오목사의 활약상이 주간지 선데이 뉴스(1970년 2월1일자 12면)에도 보도됐다.1966년부터 81년까지 15년간 뉴욕에서 선원선교를 계속하던 오목사는 은퇴와 더불어 하와이로 이주, 오유민 사모와 함께 노년을 보내다 금년 6월21일 향년 82세로 타계했다.

▲선데이 뉴스에 실린 기사 및 오목사 사진

▲남병학 변호사

▲김판기 당시 한인회장
■ 한국선원교회, 현 뉴욕감리교회 전신
한국 선원교회는 한국 감리교신학대학을 나오고 영락교회에 소속한 오철호 목사가 일찍 도미하여 미국장로회 선교부에 재직하면서 엘름허스트 병원 뒤쪽에 위치한 자택에 교회 간판을 달면서 선교가 시작되었다. 당시 외항선원들에게 선교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회를 시작했고 표창복 권사 내외가 그를 돕고 있었다. 1967년 1월 뉴욕주법에 따라 설립된 교회 명칭은 한국선원교회
및 기관 (Korean Seamen’s Church & Institute). 주소는 40-56 Glean St. Elmhurst, NY 11373, 설립자는 오철호 목사 (Rev. Chulho Awe, Founder & Marine Chaplain)로 되어있었다.
주일이 되면 예배를 드리고 뉴욕이나 뉴왁 항구를 찾아 한국인 선원들을 위로하면서 싣고 간 고국의 영화 필름을 보여주고 설교를 통해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위로했다. 때로는 플러싱 메도우스 공원으로 선원들을 초청해 피크닉과 바비큐 파티로 환영하고 전도에 힘썼다. 상륙한 선원들은 교회내에 며칠간 묵을 수도 있었다. 샤워도 하고 음악을 듣고 한국음식으로 고국의 향수를 달
랠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선원의 집이라고도 불렀다. 처음 뉴욕항에 내리는 선원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다가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갔다.
70년대초 선원교회의 카버 지역을 보면 뉴욕항, 필라델피아항, 뉴저지 엘리자베스항, 커네티컷주 뉴헤이븐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등 5개항구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무렵 선원교회가 파악했던 연도별 한인 외항선원들의 숫자를 보면 1967년 선박 19척에 선원 754명, 68년 28척 1036명, 69년 37척 1천2백95명, 70년 46척 1610명, 71년 53척 1802명, 72년 61척 2013명, 73년 54척 1830명, 74년 8월현재 38척 1305명으로 명기되어 있다.
60년대말 이민의 대종을 이루었던 의사와 간호사 가족들이 엘름허스트 병원을 중심으로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이교회에서 예배를 함께 드렸다. 1971년 여름, 표창복 권사의 산파역으로 오철호 목사 내외, 표창복, 유완모, 문상빈, 김종윤, 전성진 부부가 한자리에 모여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였다. 교인들이 계속 늘어나자 브로드웨이와 코로나 애비뉴 코너의 미국인 개혁교회(Reformed Church)를 빌려 예배를 보기 시작했다.
72년 7월15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에서 파송된 이재은 목사가 부임하면서 교회 이름도 뉴욕감리교회로 새출발 했다. 교회가 점차 부흥하면서 1981 롱아일랜드 헴스테드로 새성전을 구입해 이전했다가 1992년 플레인뷰로 다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신이 한국선원교회인 뉴욕감리교회는 초대 이재은 목사에 이어 조남은, 함성국, 장철우, 김영걸, 이강 현 담임목사에 이르고 있다.

▲선원교회의 주일예배에 의사, 간호사들도 함께 했다.
조종무<언론인,한국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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