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패사디나와 알타디나, 그리고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살아본 후에 릴리언 준코는 ‘바로 이곳이 내가 은퇴해 살 곳’이라고 결정지었다. 아들네 근처라는 게 첫째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타지역의 수만명 은퇴자들을 사로잡은 조건들에 마음이 끌렸다 : 멕시코만 연안의 한가로운 일상과 낮은 물가다. 전국에서 주거비용과 개솔린 및 식품 가격이 가장 싼 곳 중 하나이며 주 소득세도 없고 경제는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지역에 속하는 곳 - 론 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 텍사스 주의 갤버스턴과 일부 지역들이 ‘새로운 플로리다’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플로리다의 인구는 지난 4월1일 이전 12개월 동안 5만7,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40년대 이후 처음으로 기록된 연간 감소다. 인구 감소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인기있는 은퇴지로 꼽혀온 남부 플로리다에서 나타났다.
물가 싸고 소득세 없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플로리다·캘리포니아에서 노인들 계속 이주
네바다와 애리조나 같은 선벨트 지역은 침체가 심하게 몰아쳤고 모든 게 비싼 캘리포니아의 경우 유입 인구보다 떠나는 인구가 많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생긴 현상이다. 이 국내 이주 통계에는 외국이민과 출생인구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텍사스는 전국의 대부분 타 지역보다 현재의 경기침체를 훨씬 잘 이겨내고 있다. 거의 호황을 이루고 있다. 텍사스의 은행들이 이전의 석유산업 폭락으로 휘청대면서 이번 침체를 불러온 주택 모기지 열풍에 편승하지 못한 것이 결국 새옹지마의 결과를 부른 것이다.
텍사스 인구는 미 50개주 중 두 번째로 많은 2,500만명. 금년 중 적어도 15만명이 타주에서 유입될 것이라고 주 인구담당관 켄 에쉬바흐는 말한다. 증가 추세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그룹은 노인층인데 주 정부와 개발업계의 공격적 홍보 캠페인도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쉽게 설득할 수 있다”라고 텍사스 농업 커미셔너 토드 스테이플스는 자신 있게 말한다. 시설좋은 ‘보증된’ 수십개 은퇴 커뮤니티를 개발해 타 지역 노인층 유입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은퇴자들이 텍사스에 대해 잘 알게만 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물론 텍사스에도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 빈곤, 하이웨이 트래픽, 범죄와 때론 숨이 막힐듯한 습기. 그리고 멕시코만 연안 걸프지역은 지난해 갤버스터에 몰아친 허리케인 아이크 같은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아이크로 인해 다운타운이 물에 잠겼으며 파고도 대단했다. 미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알려진 1900년의 허리케인이 갤버스턴을 강타한 후 세워진 17피트 높이의 방파제를 압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정도는 릴리언 준코에겐 별 게 아니다. 쿠바에서 자란 그녀는 열대성 폭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플로리다도 그 못지않았으며 캘리포니아의 지진도 마찬가지라는 것. 몇년전 패사디나 콘도에서 겪은 지진을 그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2년전 갤버스턴으로 이주한 준코는 멕시코만 연안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원 베드룸 콘도를 13만 달러에 구입했다. 고령자에 대한 재산세 상한 규정 덕으로 페이먼트는 낮다. 70세 미망인에겐 여행과 외식, 관광지에서의 쇼핑 등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텍사스에서 노인들에게 특히 힘든 점도 있다. 차가 없는 경우, 이동이 쉽지 않은 것. 빅 텍사스 도시들의 대중교통은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다.
덕과 쉐릴 런디 부부는 자신들을 ‘윈터 텍산’이라고 부른다. 펜실베니아와 텍사스 두 곳에 집을 가진 그들은 1월부터 4월까지 동부의 한파를 피해 따뜻한 텍사스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아예 텍사스에 머물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서 뜨거운 기후가 점점 좋아지는데다 펜실베니아에서 파운드 당 2달러29센트하는 버터가 텍사스에선 1달러77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버터만이 아니다. “마켓의 모든 것이 다 싸답니다”
정부보고서에 의하면 텍사스의 식품가격은 주요 농업지대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시큐리티를 비롯한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의 경우, 연금액수는 주에 따라 차이가 없고생계비 조정도 전국적으로 똑같다. 물가가 싼 지역에 거주 할수록 수입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거기에 더해 이른바 ‘멕시코 가격’도 매력 중 하나다. 매 두세달마다 은퇴부부 토머스와 셜리 존스는 맥알렌에서 다리를 건너 누에보 프로그레소로 간다. 약을 사기 위해서다. 토머스가 복용해야 하는 폐기종 약을 반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셜리의 틀니 전체를 그곳에서 새로 했는데 미국보다 훨씬 싼 325달러밖에 안 들었다.
‘새로운 은퇴지의 메카’로서 텍사스가 계속 뜰 것인가는 베이비부머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에 달렸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 가장 연장자들은 아직 60대 초반이고 이들은 대부분 은퇴 후에도 파트타임 잡을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몇 년간 일자리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텍사스는 상당히 유리하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을 보인 전국의 10대 도심지 노인지역 중 4곳이 텍사스에 있다.
이 같은 텍사스 인구성장의 주요 타겟은 캘리포니아다. 지난해 8만2,000명이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주한 반면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옮겨간 사람들은 3만2,000명에 불과했다. 연방국세청에서 나온 통계다.
찰리와 조운 베이커 부부는 캘리포니아 랜초 산타페의 시가 82만9,000달러짜리 콘도를 팔고 텍사스 오스틴 북쪽 선시티로 이주했다. 이곳 은퇴커뮤니티의 랜치 스타일 주택 가격은 21만8,000달러다.
“정든 곳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생활여건을 생각해야지요”라면서 조운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 완전히 은퇴할 생각이 없는 남편은 텍사스에서 컨설팅 일을 계속할 겁니다. 여긴 정말 편리합니다. 캘리포니아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참나무 숲도 아름답고 골프장도 멋지고…무엇보다 텍사스 주에는 소득세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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