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배우며 선천적 청각장애 극복한 나디야 최양
발레 잘하는 의사가 꿈
발레를 열심히 배우는 올해 12살, 초등학교 7학년인 나디야 최(12)양은 남들과는 매우 다른 점이 있다. 음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디야의 발레동작은 나무랄 데가 없다. 지도교사도 칭찬이 자자하다. 발레를 할 때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나디야는 태어나자마자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선천적 청각장애자다. 그러나 5살 때 TV에서 발레공연을 본 후 푹 빠져 이제까지 7년이 넘게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발레를 했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서 걷는 게 더 익숙한 예비 발레리나, 작지만 강한 그녀를 만났다.
몰튼 그로브 타운내 파크뷰 초등학교 7학년에 재학중인 나디야 최양은 현재 시카고시내 무용학교 ‘스페이스’(대표 앨튼 네스카)에서 주 4회 발레 수업을 들으며 특유의 부드러운 춤사위와 곡 해석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발레계의 꿈나무다. 음악을 듣지 못하는 장애를 천부적인 리듬감과 어머니 니나 최씨의 수화 통역으로 극복해내고 발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청각장애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린 나디야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이 바로 ‘발레’다.
“프리스쿨에 다닐 때까지는 성격이 얌전한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못 듣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나디야를 붙잡기 위해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니나씨는 나디야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공부보다는 예체능을 중심으로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게 배려했는데 운동과 여러 무용 중에 나디야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발레였다고 한다.
그러나 발레를 통해 자신감을 얻기전까지 어린 나디야에게 장애의 벽은 너무 힘들었다. 나디야는 장애로 인해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장난기 어린 표정이 아닌 어딘가 두려운 모습과 자신감이 없는 행동으로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행동을 했다. 특히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진학 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과의 차이점을 서서히 알아가고 선생님들의 특별대우와 관심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어머니 니나씨는 “나디야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고집이 있었다”며 “혼자 울고 혼자 화를 삭이고 말하기를 거부하는 통에 아이를 달래고 답을 듣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니나씨는 “나디야에게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세심하게 가르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잘 타일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디야는 주변 친구들과 학교와 무용학원의 선생님들 그리고 가족들의 배려와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가졌고 특히 발레에 몰입한 이후 어느 순간부터 내성적인 성격이 활발해 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나디야의 아버지 최승일씨는 한국에서 자란 터라 장애아들의 어려움과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나디야가 나약해지거나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과는 다른 미국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주변의 배려로 나디야가 오히려 또래보다 더 씩씩하고 밝게 성장하는 모습에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고.
발레를 하는 날이면 언제나 스스로 발레복과 토슈즈를 챙겨 엄마를 재촉하는 나디야는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즐거움을 아는 현명한 아이다. 발레를 하는데 힘든 점은 없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아름다운 음악이 잘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디야에게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발레 수업에 앞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음악과 안무를 맞춰 나가고 있어요. 입으로 박자 하나하나를 세면서 발레동작을 하다보면 어느새 예쁜 발레리나의 춤동작이 완성 돼요. 보청기로 정말 작은 음악소리가 들릴 때도 있지만 오히려 춤동작에 방해만 될 뿐, 틀려도 씩씩하게 춤을 춰요. 그러다 보면 모두의 박수가 이어진답니다.”
발레 외에도 재즈댄스, 캐릭터댄스, 탭댄스 등에도 관심이 많다는 나디야는 최근 언론에 공개된 한국의 유명한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모양을 보고 또래의 이상하다는 반응이 아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어머니 니나 최씨는 “나디야가 강수진씨의 발을 보고는 그녀의 열정이 발을 저렇게 만든것 같다”면서 “그녀의 발레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말에 훌쩍 커버린 나디야를 바라보며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지만 여느 아이들 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나디야를 보며 니나씨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디야에게 미래의 꿈에 대해 질문했을 때 생각보다 어른스러운 답변이 앞섰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행복한 삶을 찾는 것,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시한번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나디야는 “귀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 들리지 않아 힘들어 하는 어린이들을 치료하는데 앞장서겠다. 물론 발레도 잘하는 의사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디야는 장애가 있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장애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일 뿐이에요. 그 친구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커다란 꿈을 꾸고, 자신감을 가지고 때론 창피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 스스로의 문제에요. 모든 것을 극복하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꿈을 이루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씩씩하게 살아간다면 다른 정상적인 친구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우리가 더 최고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세상은 우리를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으니까요.”<김용환 기자>
사진: 발레 기본동작을 선보이며 밝게 웃고 있는 나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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